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내비게이션 ‘T맵’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T맵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국내 텔레매틱스(자동차용 통신시스템)시장을 선점하고 자율주행차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내비게이션 T맵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경쟁사들과 기술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텔레콤은 13일 인공지능(AI) 기술 V2X(차량과 사물 간 통신)를 T맵에 도입했다. V2X는 도로에서 앞차가 급제동하면 뒤따르는 차들에게 일제히 경고가 나가는 기술로 악천후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T맵에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접목한 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운전하면서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음성명령만으로 주행경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내비게이션 ‘원내비’와 비교해 훨씬 발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것이다. 원내비는 올해 3월에 KT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가지니’가 도입돼 SK텔레콤보다 6개월가량 늦다.
SK텔레콤이 T맵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T맵을 바탕으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LTE보다 100배 이상 정보를 빠르게 전송하는 5G가 상용화되면 텔레매틱스시장은 급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골드스타인리서치는 전 세계 텔레매틱스시장 규모가 2024년 990억 달러(약 106조128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텔레매틱스시장은 최근까지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박정호 사장도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2018’에 참석해 “2019년 5G가 상용화되면 가장 쉽게 나올 수 있는 서비스는 텔레매틱스와 미디어일 것”이라며 “그 가운데서도 텔레매틱스가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T맵은 SK텔레콤의 텔레매틱스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2월5일 SK텔레콤 5G 자율주행차에 설치된 HD맵, 영상통화 장치 등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T맵을 중심으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이를 자율주행차용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완벽하게 도로를 달리려면 정밀한 지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돼 내비게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T맵은 국내에서 1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축적된 데이터량이 국내에서 가장 많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초정밀지도회사 ‘히어’와 손잡고 T맵의 지도 기능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T맵을 통한 자율주행차 수익모델도 구체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으로 얻는 실시간 주행정보를 지자체나 정부, 기업, 기관 등에 제공해 수익을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회사와 협력해 배송 등에 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수익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한 뒤 차량 제조사나 운전자에게 통신요금을 납부하는 상품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T맵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며 “T맵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어 국내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