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한국 철수'라는 벼랑 끝 전술을 쓰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GM과 협상 주도권을 정부에게 내준 채 눈치만 살피고 있는 모양새다.
▲ 메리 바라 GM 회장.
이 회장은 8일 GM이 정부와 산업은행에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제안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런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며칠 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GM에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으면 경영 개선안부터 제시할 것으로 요구했다”고 말하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GM이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별다른 논의없이 곧바로 한국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산업은행 패싱'이 됐기 때문이다.
GM이 부실경영 책임론을 피해 ‘일자리 30만 명’을 볼모로 정치적 이슈로 끌고 가 자금 지원 압박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앞으로 GM과 협상 과정에서 한국GM의 최근 경영현황을 샅샅이 살펴보고 부실경영의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2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GM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한국GM의 경영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임명한 3명의 사외이사가 한국GM 내부에서 여러 요구를 했지만 대주주의 일방적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산업부, 금융위, 산업은행은 13일 회의를 열고 한국GM의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한국GM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GM에 감자를 요구해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높여 한국GM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앞으로 한국GM의 경영현황에 깊게 들어가 부실경영의 싹을 막기 위해서다.
또 한국GM의 재무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돈을 출자전환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GM이 독단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카드를 꺼낼 수 없도록 지난해 10월 사라진 거부권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한국GM 문제가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문제다. GM이 정치적 색채로 변질된 카드를 만지며 좀처럼 협상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이 회장의 협상 행보를 옥죄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