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백 장관은 “중장기적 투자와 경영개선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한국GM의 책임 역시 강조했다.
철수설이 대두되고 있는 한국GM 문제는 산업계의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다.
한국GM은 지난달 백 장관을 만났고 얼마 전에는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을 만나는 등 정부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GM이 철수를 빌미로 증자 등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려한다는 말이 나온다.
백 장관은 1월 배리 앵글 GM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GM의 중장기 투자 및 경영 개선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관은 앵글 사장과의 만남을 놓고 “취임 인사차 와서 사업상 애로사항을 얘기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철수설 등과 관련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문제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백 장관으로서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려 하다가 역효과만 날 수 있다.
정부는 과거에도 완성차업체의 철수로 곤혹을 겪은 적이 있다.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는 회사가 유동성 문제를 겪자 2대 주주였던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상하이차는 2009년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경영권을 포기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를 운영하는 동안 이미 2천여 명을 해고했다. 여기에 법정관리를 통해 2600명 이상의 인원이 더 구조조정됐다. 그러자 노조는 총파업을 벌였고 해고 직원이 목숨을 끊는 사례도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매각됐다. 2016년 티볼리 판매가 선전하면서 흑자를 내는 등 경영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근로자 가운데 130여 명이 아직까지 복직 교섭을 하고 있을 정도로 과거 사태의 후유증은 오래 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GM이 철수하게 되면 파장은 쌍용차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한국GM 철수설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다.
직고용 인원만 해도 쌍용차는 7천여 명이었으나 한국GM은 1만6천여 명으로 2배가 넘는다. 부품 등 협력사를 포함하면 30만 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정책적이고 정치적 고려 배제하기 어려워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일자리정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기조 속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
백운규 장관은 지난해 말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소조선사를 방문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이 조선사들은 당초 청산이 유력했으나 이를 계기로 회생의 불씨를 되살렸다.
구조조정에서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는 방안은 조선업종을 염두에 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를 적용한다면 한국GM의 대응 역시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한국GM 철수가 결정돼 순식간에 수십만 일자리가 공중에 붕 떠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백운규 장관의 고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점은 한국GM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GM과 관련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30만 명의 고용문제, 자동차산업문제, 지역경제문제, 금융지원 문제가 복합적으로 걸려있다”며 “굉장히 유의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먼저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사전에 국민에게 설명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GM 문제는 한국GM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군산과 인천, 창원, 보령 등의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한 차례 된서리를 맞은 군산 지역경제는 한국GM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GM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한국GM 문제를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