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오른쪽)과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이 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하는 주주제안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과 정관 개정에 다시 도전한다.
KB금융그룹 계열사 7곳의 노조로 구성된 노조협의회는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원들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0.18%를 위임받아 7일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노조협의회와 우리사주조합은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정관 개정안 2건도 추진하기로 했다.
권 교수는 미국 뉴욕주 코넬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사조직관리와 노사관계 전문가로 꼽히며 여러 정부기구와 연기금자산운용위원회에서도 자문위원으로 몸담았다.
노조협의회는 글로벌 의결자문사 ISS 등도 권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ISS는 KB금융지주 지분 70%정도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권 교수는 KB금융지주 정관에 규정된 전문성, 직무수행 공정성, 윤리의식과 책임성, 시간과 노력 할애, 독립성 등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갖췄고 정당활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SS가 노조협의회에서 지난해 11월 임시주주총회 당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하승수 변호사의 정치경력을 문제 삼아 선임에 반대했던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병남 KB금융지주 사외이사(전 LG경영개발원 인화원장)가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도 인력관리 전문가인 권 교수의 선임에 호재로 꼽힌다. 이 전 원장은 현재 KB금융 사외이사 가운데 유일한 인력관리 전문가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주주제안서 제출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의결권자문기관들도 권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을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을 막고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잘할 적임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안 2건은 낙하산인사의 이사 선임 방지와 대표이사 회장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참여 배제를 담았다.
첫 번째 개정안에는 최근 5년 안에 공직자나 정당원으로서 2년 이상 상시적으로 일한 사람을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KB금융지주 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위원장은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가깝게 연관된 취업을 제한하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지배구조를 온전히 갖추기 어려워 더욱 강화된 정관 개정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다른 개정안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다.
KB금융지주도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 회장의 사추위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 내용을 정관으로 확실하게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은 “이사회 규정은 절반 이상의 사외이사가 출석해 의결하면 개정할 수 있어 나중에 원래대로 돌리기도 쉽다”며 “이런 부족함을 감안하면 주주 3분의 2 인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정관 개정에 관련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