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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뉴시스>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이 ‘갤럭시호’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신 사장은 사장단 인사에서 재신임받으면서 스마트폰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신 사장의 당면 과제는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다. 곧 있을 임원인사에서 IM부문은 대거 임원감축이 예고돼 있다.
또 위기의 진원지인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 대한 대응책도 내놔야 한다.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아내야 한다.
◆ 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높은 조직으로 탈바꿈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 사장을 유임시키는 대신 IM부문 사장 4명을 퇴임시키거나 다른 부서로 옮겨 IM부문 사장을 3명으로 줄였다.
삼성그룹은 이런 인사를 통해 신 사장에게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물러난 사장은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과 김재권 무선사업부 글로벌운영실장,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이다.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전사조직인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
무선사업부에서 각각 전략과 운영, 개발, 소프트웨어 부문을 책임지던 사장급 임원들이 모두 물러난 것이다. 사장단 인사에서 후임 인사가 발표되지 않은 만큼 이들의 자리는 모두 부사장급 이하가 맡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호황기가 끝나면서 비대해진 무선사업부 조직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에 결제라인이 신종균 사장 중심으로 단일화하면서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앞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IM부문 규모를 슬림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복되는 조직을 통합하고 불필요한 조직을 해체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임원 감축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조직개편 대상으로 유력한 곳은 미디어솔루션센터다. 미디어솔루션센터는 2011년 IM부문 산하에 만들어진 조직으로 삼성전자 콘텐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미디어솔루션센터가 만든 ‘삼성북스’ 등의 서비스는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콘텐츠 관련 인력을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해외조직에 배치하는 한편 남은 인력을 전사조직인 소프트웨어센터가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중저가 시장 대응책은
신 사장 앞에 놓은 또 다른 과제는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에 빼앗긴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상품은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아닌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전체 매출에서 중저가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특히 선진국시장이 포화상태에 놓이면서 스마트폰시장의 중심이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중저가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중저가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려 했고 이는 중국업체들에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전자가 중저가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제품가격을 내려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선진국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올해 297달러에서 2018년 241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신흥국 스마트폰 가격도 135달러에서 102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투자설명회에서 현재 수십 종에 이르는 스마트폰 모델을 25~30% 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를 중심으로 중저가 라인업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A 시리즈의 성패가 향후 삼성전자의 중저가 전략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 ‘포스트 갤럭시’ 전략 마련해야
스마트폰 고성장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숙제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모바일시장은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 스마트헬스, 웨어러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의 강자이지만 사물인터넷시장에서 여러 도전자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애플과 구글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후발주자들까지 뛰어들면서 사물인터넷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를 통해 웨어러블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애플이 내년 ‘애플워치’를 선보일 것으로 보여 안심할 수 없다.
‘타이젠’을 앞세운 독자 생태계 구축도 쉽지 않다.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세계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끼어들 틈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사물인터넷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모바일뿐 아니라 가전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조직과 협업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 사장은 앞으로 부문간 장벽을 없애고 다른 사업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