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이 우리은행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구자현 부장검사)는 2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남기명 전 수석부행장, 인사 담당자 4명 등 모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 서울북부지검은 2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전 행장이 1월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검찰은 이 전 행장 등 6명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청탁명부를 만들어 우리은행 공채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주요 고객 등 자녀들을 부당하게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행장은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은행 내부인사의 친인척, VIP 고객 등 자녀 37명을 정리한 ‘청탁명부’를 만들고 명단에 있는 지원자를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사 실무자 등은 이 전 행장의 지시에 따라 청탁받은 지원자를 합격시켜 우리은행의 인사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이 전 행장은 우리은행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 또는 1차면접 합격자 명단을 보고받고 청탁명부에 있는 지원자가 불합격했다면 인사서류의 합격 칸에 ‘합격점’을 찍어 인사 실무자에게 보냈다.
인사 실무자는 합격점이 있는 불합격된 지원자를 합격으로 처리 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에 합격 처리됐던 지원자가 불합격으로 바뀌었다. 청탁명부의 37명이 합격점을 통해 서류심사나 1차면접에 합격했고 이 가운데 31명이 최종합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우리은행의 채용비리는 다른 채용비리 과정에서 보이는 ‘조작 과정’조차 없이 바로 합격처리를 하고 평가자료를 파기한 정황이 문제가 됐다.
은행들은 보통 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평가자료 등을 보존하기 때문에 채용비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나 답안 유출, 새 전형 추가 등의 조작 과정을 거친다.
이 전 행장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나면서 ‘도의적 책임’을 거론하며 당시 불거졌던 채용비리 의혹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는데 이번 기소를 통해 이 전 행장이 직접 관여했는지가 본격적으로 재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본점 등을 압수 수색해 수집한 증거를 디지털포렌식 등 기술로 분석해 업무방해 혐의를 밝혀냈다. 지난달 법원에 이 전 행장과 남 전 부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