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하고 현금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강화한 것을 놓고 외국언론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재평가받으려면 반도체사업에서 지속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31일 “삼성전자가 올해 시설투자를 줄이고 주주배당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며 “그동안 배당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던 주주들이 마침내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설투자금액을 지난해보다 줄인다고 발표했다. 또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잉여현금의 주주배당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벌어들인 현금에서 시설투자에 들인 금액을 제외한 뒤 일부를 주주배당에 활용했다.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가 벌어지며 현금배당 규모가 투자자 기대치를 밑돌았다.
올해는 시설투자가 축소돼 투자자들에 돌아가는 몫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잉여현금의 절반인 5조8천억 원을 모두 주주배당에 쓰고 소액주주의 투자기회를 늘리기 위해 올해 안에 주식을 50:1로 액면분할한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액면분할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통해 큰 이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려면 결국 실적에서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불확실성이 주가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반도체에서 성장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PC 등 메모리반도체 관련 주요 사업분야가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서버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실적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버분야는 아직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삼성전자가 최근 이어진 주가하락을 만회할 수 있는 해답은 결국 반도체 실적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이 발표된 뒤 장중 9% 가깝게 올랐지만 이후 급격히 하락해 0.2%의 상승폭을 보이며 마감하는 데 그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식 액면분할 효과는 주가상승에 ‘반짝 효과’를 주는 데 그칠 수 있다”며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향후 반도체의 가격변동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