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DGB금융그룹의 지배력을 더욱 굳건하게 할 수 있을까?
검찰이 경찰에서 신청한 박 회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잇달아 반려하면서 박 회장이 한 고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경찰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친정체제를 다지는 등 지배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DGB금융 회장을 놓고 향후 경쟁할 만한 내부인사들을 모두 물갈이했다.
반면 박 회장과 함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입건된 임원들 일부와 박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은 대거 승진됐다.
경찰수사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조직 내부의 잡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박 회장의 입지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 꼽혔지만 검찰이 경찰에서 신청한 박 회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두 차례 연속으로 반려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은 “박 회장의 범죄사실 가운데 상당부분이 법리적으로 여전히 혐의 유무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지난해 8월부터 반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하고 박 회장을 세 차례 소환조사를 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였는데 검찰에서 혐의조차 제대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경찰수사의 실패라는 말도 나온다.
아직 모든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박 회장을 대상으로 더이상 강도높은 수사를 이어가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 불구속처리를 할지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은행권 채용비리를 면밀히 살피고 있어 아직 박 회장의 입지는 굳건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곳은 DGB금융지주가 유일한 데다 박 회장은 지주와 대구은행의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다.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 역시 박 회장에게 쏠린 권력구조가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더욱 굳힌 만큼 금융당국의 주요 점검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은행의 주요 경영진을 해임하도록 권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박 회장이 그동안 악화된 대구지역의 여론을 껴안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경찰의 수사과정과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 결정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57곳은 이날 성명을 내놓고 “늑장수사로 시민들의 지탄을 받은 경찰이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 뒤에도 강하고 정밀한 수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경찰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상식적으로 현재 알려진 내용들만으로도 구속이 당연한데 검찰은 이를 벌하기는커녕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