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에서 안정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급망과 영업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등 고객사 다변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BMW 등 주요 고객사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확실한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경쟁회사인 일본 파나소닉이나 LG화학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과 인지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시장조사기관 인사이드EV 홈페이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 ‘모델S’는 약 2만7천 대, GM ‘볼트EV’는 약 2만3천 대의 판매량을 보이며 각각 1, 2위에 올랐다.
미국은 정부의 적극적 보조금정책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시장규모도 가장 커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LG화학은 GM에 전기차배터리를 각각 독점공급하며 주력차종의 흥행에 큰 수혜를 보고 있다. 파나소닉과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점유율 1, 2위도 나란히 차지했다.
삼성SDI는 주로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중국 배터리업체를 제외하면 3위로 뒤를 쫓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파나소닉의 약 4분의1, LG화학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고객사 차량의 판매량이 많아 지난해 큰 점유율 차이를 보인 것”이라며 “올해는 격차를 많이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에 가장 큰 걸림돌은 주요 고객사들이 아직 확실한 흥행작을 내놓지 못해 배터리 공급이 불안정하고 인지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S와 모델3, GM의 볼트 등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해 파나소닉과 LG화학 실적에 안정적으로 기여하며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는 완성차 고객사들에도 주목받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GM 볼트의 흥행으로 LG화학의 배터리 기술력은 이제 시장에서 의심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기차시장에서 LG화학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SDI의 배터리를 가장 많이 탑재하는 고객사의 전기차는 BMW의 ‘i3’와 ‘i8’, 폴크스바겐의 ‘e-골프’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판매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BMW i3와 같은 제품은 보급형이 아닌 고가 전기차로 분류돼 단기간에 흥행이 쉽지 않은 편”이라며 “시장확대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상반기부터 새로 가동하는 헝가리의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유럽 고객사 비중이 높은 만큼 현지에 공급능력을 확보하면 완성차업체의 수요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주요고객사인 BMW와 폴크스바겐의 전기차가 올해 판매확대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삼성SDI의 투자와 가동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삼성SDI 전기차배터리가 탑재되는 BMW 'i3'(왼쪽)와 폴크스바겐 'e-골프'. |
BMW는 최근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를 통해 “i3와 i8의 신모델을 출시하지 않고 단종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폴크스바겐도 e-골프를 2020년 이후 단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친환경차 라인업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가 안정적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기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신규 고객사 확보와 영업능력 강화에 더욱 주력해 전기차배터리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지난해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고 사업 정상화 계기를 만든 만큼 올해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본격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