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글로벌 면세점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 면세점은 국내에서 독과점 논란으로 외형을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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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이런 점에서 글로벌 면세점 인수는 외형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두 면세점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베네통그룹이 운영하는 면세점 월드듀티프리(WDF)가 곧 경영권 지분을 매각한다. 월드듀티프리의 최대주주인 에디지오네는 보유한 지분 50.1%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자문사 선정에 나섰다.
월드듀티프리는 현재 21개 나라에 500개 이상의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세계 5위의 면세점 업체다.
월드듀티프리를 인수할 경우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외형은 단숨에 커진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은 이번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단번에 세계적 면세점 사업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글로벌 매출 순위에서 각각 4위와 7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008년부터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경쟁을 해왔다. 현재 롯데면세점이 국내 시장점유율 52%를, 신라면세점이 31%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정부가 독과점을 막기 위해 대기업의 면세점 운영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서울시내에 추가로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면세점은 해외시장 확대에 온힘을 쏟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국내 면세점 사업자 가운데 최초로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진출하면서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6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은 세계 공항면세점 가운데 매출 4위다. 업계에서 인천공항을 하나 더 가져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아시아의 대표 면세점으로 꼽힌다.
이부진 사장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서 글로벌 면세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신라면세점의 해외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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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
롯데면세점 역시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쇼핑 애비뉴점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역시 국내 면세점 사업자 가운데 최초다. 시내면세점은 공항면세점에 비해 해외업체가 허가받기 어렵다.
이번 월드듀티프리 매각에 프랑스의 라가르데르그룹(Lagardere group), 스위스의 듀프리(Dufry)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면세점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최근 세계 2위 면세점 듀프리가 7위 뉘앙스를 인수하면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공략할 뜻을 밝히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월드듀티브리 매각가격은 매우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대상 지분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다면 약 10억 유로(1조3천억 원) 수준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값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