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 기자 yblim@businesspost.co.kr2018-01-12 16: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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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부처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강한 규제의 가능성을 놓고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법무부가 추진하는 거래소 폐쇄의 근거 등이 담긴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도 불확실하다.
▲ 12일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으면서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서울시 중구에 운영하는 오프라인 고객센터의 모습. <뉴시스>
12일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으면서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말이 나온다.
박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폐에 관한 우려가 매우 커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도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가운데 하나지만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각 부처와 논의 및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일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의 말은 가상화폐 관련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있는 방안”이라며 “부처 간에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하며 합리적 수준의 바람직한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세와 테마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 거래소 폐쇄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쏟아지는 등 발언의 여파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부 안에서도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가상화폐 규제에 관한 부처들의 의견 차이가 아직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금융 관련 부처는 가상화폐가 경제 시스템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도 고려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가 출범했을 때는 주무부처가 금융위원회였지만 그 뒤 법무부로 바뀌었는데 이를 두고 정부가 강한 규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법무부는 이미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막고 처벌 근거까지 담은 법안의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가 주도권을 쥐고 법안을 입법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의원들이 거래소 폐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기 광풍을 가라앉히는 일은 필요하지만 거래소를 폐쇄하고 싹을 잘라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으며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범죄로 단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 악화도 법안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박 장관의 발언과 정부 정책의 혼선을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박 장관뿐만 아니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해임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은 거품이 확 빠질 것인 만큼 내기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근거를 담은 법률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가상화폐 투자자의 수는 아직까지 공식집계가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최소한 200만 명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기업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사용자수 상위 1~10위 가상화폐 관련 앱을 쓰는 사람은 약 180만 명이었다. 아이폰과 컴퓨터 사용자를 고려하면 200만 명을 웃돌 수 있는 셈이다.
의원들이 이렇게 많은 투자자들의 반발 여론을 무릅쓰고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국민의 불신을 샀다”며 “이른 시일 안에 정리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혼란과 불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