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의 경차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경차로 분류되는 여러 차종이 국내에서 근소한 차이로 경차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차기준을 바꾸면 수입차도 경차로 인정받아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국토교통부, 차종 분류기준 개선 검토
국토교통부는 27일 경차기준을 포함한 차종 분류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김희수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경차기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현재 기준이 타당한지 검토해볼 것”이라면서 “경차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분류체계를 바꾸는 데 문제가 없는지 여러모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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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
국토부는 경차기준 변경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권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사무관은 “서민경제 때문에 경차를 장려한 면이 있는데 수입차도 경차로 인정할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차 소유주에게 자동차 책임 보험료 1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할인, 등록세 및 취득세 면제, 특별소비세 및 교육세 면제 등 5가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차의 연료소모와 배출가스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경차로 분류되려면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배기량 1000cc,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 이내를 모두 만족해야 한다.
경차기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전폭이다.
유럽에서 잘 팔리는 피아트 친퀘첸토, 르노 트윙고는 모두 배기량 등 다른 기준은 충족하지만 전폭이 국내 기준보다 40mm 길어 경차로 인정받지 못한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친퀘첸토가 전폭 40mm 차이로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되지 못하자 애초 수입하려던 900cc 엔진을 단 유럽모델 대신 1400cc 엔진의 미국모델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트윙고 역시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는 유럽에서 판매중인 경차 ‘트윙고’의 수입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트윙고가 국내에서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유일한 수입 경차인 스마트 포투를 판매하는 스마트코리아 역시 고민에 빠져 있다. 내년에 출시될 3세대 스마트가 국내 경차 기준보다 전폭이 60mm 더 길기 때문에 더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기준완화가 능사일까?
수입차 업체들은 경차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기준이 완화하면 새로운 수요가 생겨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 수입차 업계의 시각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경차기준이 완화하면 수입차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유럽에서 불티나게 팔리지만 국내에서 비싼 가격 때문에 기대만큼 팔리지 않는 피아트 친퀘첸토는 경차 혜택을 받으면 배기량이 낮은 모델을 싼값에 들여와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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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의 수입차 경차 스마트 포투 |
르노의 트윙고 역시 경차기준이 바뀌면 르노삼성자동차가 들여와 판매할 것으로 점쳐진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스페인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들여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트윙고를 출시하면 라인업이 다양해져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고 전체 판매에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시장 전체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간신히 넘는다. 유럽 주요 국가의 30~40%와 비교해 낮다.
국내 업체들은 경차를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고 경차시장 자체가 작다는 이유로 경차개발을 꺼려왔다.
국산차 가운데 경차는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등 단 3종뿐이다.
경차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국산차업체와 수입차업체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수입차가 경차로 인정받으면 국내 경차수요가 수입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산차업체들은 수입경차의 국내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경차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의 경차 기준은 한국보다 엄격하지만 일본의 경차 종류는 70여 개에 이른다. 경차 판매 비중도 40%가 넘는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경차기준인 배기량과 사이즈가 크다”면서 “조금씩 규제를 풀다 보면 경차 아닌 경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