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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금융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2.0%로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뒤 가계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이 총재가 부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경제상황과 중국의 금리인하를 고려해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정세균, 금리인하 대신 가계부채 관리 촉구해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은 26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급증 현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데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며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를 인용해 한국 가계부채가 7년 만에 최고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정부의 규제완화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2014년 3분기 잠정 가계신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 잔액은 약 1060조 원이다. 지난 6월 말보다 22조 원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예금은행을 비롯해 여러 금융기관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약 1003조 원으로 1천조 원을 넘었다. 3개월 전보다 22조 원 증가했다.
정세균 의원은 이주열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가계부채를 관리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의원은 “가계부채야 어떻든 확장적 경제운용만 하면 경기가 살아난다고 확신하는지 묻고 싶다”며 “경제정책 기조를 위기관리체제로 전환해 가계부채를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디플레이션과 중국 우려해 금리 낮춰야 한다는 주장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5일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리를 더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명목 정책금리가 2%로 역대 최하 수준이나 물가도 역시 사상 최저이며 실질금리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준 연구위원은 일본이 1990년대 정책금리를 여러 차례 낮췄으나 물가상승률이 더욱 빠르게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도 2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물면서 비슷하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총재에게 중국의 기습적 금리인하도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2년4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다. 2015년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이주열은 추가 금리인하 단행할까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대외환경 변화에 맞춰 기준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가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조정하는 데 부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무른 이유는 농산물과 석유가격의 하락 때문”이라며 “통화정책만으로 물가목표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