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1-05 11: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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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들이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에 쓰이는 가상계좌의 예치잔액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금액’에 따르면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6곳은 지난해 12월12일 기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가상계좌 111개를 발급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가상계좌들에 예치된 전체 잔액은 2조6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들의 잔액이 1조3240억 원으로 시중은행 3곳을 앞섰다.
가상계좌는 은행이 개별 고객으로부터 대규모 입금이나 이체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나 대학 등에 내주는 계좌를 말한다. 법인계좌 1개 아래 수많은 가상계좌들이 있는 방식이다.
농협은행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가상계좌 2개만 발급해 줬지만 예치된 잔액은 78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조사된 은행 6곳 가운데 가장 많다.
농협은행이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3~4위권 코인원의 주거래은행인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내준 가상계좌 잔액이 4920억 원으로 집계돼 2위를 차지했다. 전체 가상계좌 수는 30개다.
기업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가상계좌 3개를 발급했고 여기에 455억 원이 예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은행은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내줬다.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내준 가상계좌 수와 잔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3879억 원(18개), 신한은행 2909억 원(24개), 우리은행 642억 원(34개)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의 투기과열과 불법자금거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은행이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은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자체 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이용자를 보호하는 목적의 법안들이 국회에 머물러 있는데 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