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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적이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 |
국내 유통회사들이 미국 최대 할인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맞대응에 나섰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인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의 다음날을 일컫는데 올해는 11월28일이다. 미국의 모든 상점들은 이날 가전을 비롯해 생필품과 의류 등을 최대 90%까지 할인판매한다.
상점들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정도로 대규모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어서 ‘블랙’이라는 말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울며 겨자먹기'식 할인행사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들은 아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지정해 할인판촉 행사를 벌인다.
해외직구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국내 유통시장의 급변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 대형마트, 고객 빼앗기지 않으려 할인행사 앞당겨
롯데마트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땡스 위크(Thanks Week)’라는 행사를 연다. 주요 생필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해외 유통시장에 매출을 뺏길 것을 우려해 행사기간을 지난해보다 2주 가량 앞당겼다.
남창희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최근 소비자들의 직구열풍으로 국경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대응차원으로 온오프라인 양쪽 모두 초대형 할인행사를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21주년 개점기념 할인행사 이름를 아예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붙였다. 11월 한 달간 모두 4천여 품목에 대해 3천억 원 가량을 할인해 준다.
이마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급 TV를 300만 원대 이하에 내놓았다. LG전자의 올레드 보급형 55인치 모델은 인터넷 최저가보다 20만 원 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가전상품 할인품목이 부족해 ‘반쪽짜리 할인행사’라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제조원가나 인건비 등이 미국과 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1년 판매량의 30%가 팔리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국내와 비교하기 힘들다”며 “미국의 경우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지만 국내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 국내 온라인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지정해 맞대응
국내 온라인쇼핑몰 10곳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서기 위해 아예 12월12일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지정했다.
11번가를 비롯해 AK몰과 CJ몰 등 온라인쇼핑몰은 이날 하루 동안 인기상품을 50% 가량 할인한다.
11번가의 경우 지난해 행사 당일 방문자 수만 300만 명에 이르렀다. 전주 대비 해외쇼핑 거래액도 3배 이상 늘고 메인상품의 80%가 매진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올해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온라인쇼핑몰 10곳을 합친 전체 거래규모는 1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국내 유통업체들도 재고처리를 대거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출혈경쟁이 심해져 마진이 얼마나 남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내 유통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 할인행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은 해외직구족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물건을 한 번이라도 직접 사보고 나면 자신감을 얻어 아마존과 이베이 등 선호하는 해외 쇼핑몰에서 다시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은 지난해 추수감사절부터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4만여 건의 배송대행을 접수했다. 이 업체는 미국에서 물건을 받아 대신 배송해 준다. 몰테일은 올해 배송대행건수가 같은 기간 최소 8만 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