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를 때 가계부채가 클수록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영주 임현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9일 ‘가계부채 수준에 따른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수준에 따라 통화정책이 주는 영향력이 다르므로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가계부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29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금리인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한 저축은행 영업점의 창구.<뉴시스> |
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금리의 인상과 인하를 모두 포함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평균적 영향은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크다”며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계대출의 구성 등 경기상황에 유의하여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게 되고 전체적 경기 하락으로 이어져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의 조정으로 물가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가계부채와 관련해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이 억제되면 상대적으로 부채와 채권의 실질 가치가 증가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채무자로부터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채권자에게로 자산의 재분배가 이뤄져 전체적으로 소비가 축소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이 늘어날 때 소비가 늘어나는 비율을 뜻한다. 주로 채무자가 되는 저소득 가구는 소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소득이 늘면 소비도 따라 늘어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고소득 가구는 이미 충분한 소비를 하고 있어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따라 늘지 않는다.
보고서는 관련 연구내용이 국내 상황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다른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계부채 수준은 높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55.5%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가계신용 통계의 기준이 되는 수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기준금리 추가인상과 관련해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하게 점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