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 임원 가운데 박 회장에 이어 그룹 2인자로 꼽히던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임환오 대구은행 부행장, 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 등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올해 초 박 회장과 함께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 4인에 포함됐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떠나고 박 회장만 지주와 대구은행의 유일한 등기임원으로 남으면서 DGB금융의 ‘박인규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사실상 박 회장과 DGB금융 회장자리를 놓고 경쟁할 인물들이 없어진 셈이다.
박 회장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반대편 인사들에게 ‘보복인사’를, 박 회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에게는 ‘보은성인사’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노 전 부사장과 임 전 부행장, 성 전 부행장 등은 박 회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경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박 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들이 경찰에 박 회장의 대구은행 비자금조성 의혹을 제보한 내부자로 지목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대구은행의 경우 기존 부행장급(부행장보 포함) 임원 8명 가운데 6명이 대구은행을 떠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반면 박 회장과 함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입건된 임원들 일부는 오히려 승진했다. 김남태 대구은행 상무는 DGB금융지주 부사장보로, 김태종 DG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은 대구은행 상무로, 여민동 대구은행 상무는 부행장보로 각각 승진했다.
이번 임원인사를 비자금 조성의혹 등으로 흔들렸던 조직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물갈이 인사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박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도 대거 승진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인사에서 상무급 이상으로 승진한 임원 18명 가운데 7명이 대구상고 출신이다.
직급상 그룹내 2인자 자리를 맡은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도 대구상고 출신이다.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은 박 회장과 영남대학교 동문이다.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이사회가 박 회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이사회는 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은 검찰이 경찰에서 신청한 박 회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한 고비를 넘은 뒤 ‘친정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꾸리며 방어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싸늘해진 대구지역 여론과 DGB금융 내부갈등을 수습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