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가격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실상 한국 반도체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공급가격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해지거나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기업보다 사업에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
26일 중국신문망 영문판(ECNS)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독점금지규제 심사당국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최근 계속된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과 관련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도체 가격에 부담이 커지자 정부에 대응을 요구한 뒤 이어진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 공급부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삼성전자도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반도체 가격을 이전보다 높여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신문망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반독점규제 관련한 조사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도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기업과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미국에서도 경쟁사와 D램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2005년 3억 달러의 과징금을 낸 적이 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불만을 품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단순히 메모리반도체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지 또는 그 이상의 조치가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을 놓고 삼성전자 등 해외 반도체기업을 노린 강력한 견제조치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해 현지 제조사들에 공급하면서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를 이뤄내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상위기업에 무역제재조치가 불가피한 만큼 중국정부의 견제가 갈수록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중국 독점금지규제 심사당국은 최근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을 심사하면서도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를 이유로 승인을 미루며 추가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중국은 반도체 자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5년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이 중국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대표적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과 XMC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3D낸드 대량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 세계 전자업체의 제조공장이 밀집한 반도체 최대 수요국가다. 중국정부가 반도체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나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김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도 여전히 한국업체와 기술 및 원가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어 전 세계 반도체업황이나 한국기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이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우선 물량공세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이번처럼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공급가격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중국 당국과 필요에 따라 소통하고 있지만 이번 건으로 공식적 조사나 공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