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사. "최근 5년 간 국내외 주요 경제 관련 기관들이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과 실제 결과의 오차를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행 등 정부의 전망치 정확도가 민간 경제연구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관의 경제 전망은 ‘목표’를 반영한 것이어서 실제와 차이가 날수 있지만 그 격차가 클 경우 다른 경제주체와 해외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 2017.10.23)
#2 기사.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6%.정부와 한국은행, 민•관 경제연구소들이 내놨던 전망과는 차이가 납니다. 지난해 초 정부와 한국은행이 3.9%,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3.8%를 전망했는데 이것은 고사하고 메르스와 수출부진 등을 반영해 하향 조정했던 3% 안팎의 수정전망도 빗나간 겁니다.
▲ 백우진 글쓰기 강사·작가
문제는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것. 한은과 KDI, 산업연구원 등 5곳의 최근 5년간 성장률 전망치는 매년 실제와 차이가 났는데, 문제는 항상 낙관적이었다는 겁니다.긍정적 전망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호전엔 도움이 되지만 오차가 지속되면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연합뉴스TV, 2016. 1.27.)
매년 반복해서 보도되는 거시경제 기사가 있다. 예시한 두 기사처럼 경제성장률 같은 거시경제 지표의예측치와 실제치의 차이를 들어 기관의 역량을 비판하는 기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성장률은 누구도 정확히 맞힐 수 없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는 복잡계라는 사실이다.
둘째, 경제는 외부의 관찰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들이 의지를 실행에 옮기면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다.
두 경제의 모든 변수가 동일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두 경제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경제는 경제주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의 적중도를 늘어놓고 연구기관을 평가하는 일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빗대 설명할 수 있다.
의사가 예컨대 고지혈증인 환자에게 의사 역할을 제대로 하는 길은 그 환자의 일정 기간 이후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약물과 식이요법 및 운동을 처방하고 환자가 잘 따르도록 함으로서 고지혈증을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설령 첫 해에는 수치가 목표에 미달했다고 하더라도 뚜렷하게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면 된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자의 실력은 수치를 맞히는 데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를 더 좋아지게 하는 방안, 덜 악화되게 하는 방안, 호전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실력 있는 경제학자다. 그가 내놓은 처방을 경제가 채택해 실행했고 그 결과 경제가 그 처방을 실행하지 않은 상황보다 더 나아졌음이 확실하다면 그가 예측한 수치가 다소 빗나갔다고 해도 그리 탓할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 지난해 실업률은 7.2%를 기록했다. 두 경제학자 A와 B가 있다. 연초에 A는 그해의실업률을 7.0%로 예측했고, B는 경기부양 정책조합을 주장하면서 부양책을 잘 실행할 경우 6.7%로 개선된다고 내다봤다.
그해 실업률은 6.9%로 집계됐다. 수치의 적중도를기준으로 하면 A가 B보다 뛰어난 경제학자다. 하지만 실업률이 6.9%로 낮아진 결과가 B의 부양책을 실행한 결과라고 하자. 또 그해 실업률은 6.9%였지만 이듬해 실업률은 6.7%로 더 떨어졌다고 하자.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사명을 제대로 수행한 경제학자는 A가 아니라 B다.
국내 언론매체만 경제학자의 전문성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런 오해를 널리 퍼뜨렸다.
월드스트리트저널은 연초에 경제학자들에게서 그 해 4분기의 성장률과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에 대한 전망치를 받아둔 뒤 이듬해에 실제 수치가 나오면 '누가 실제 수치에 가장 근접했는지'를 기준으로 톱5를 선발했다. (지금도 이 행사를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거시경제 수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지로 경제학자를 평가하는 행태는 무지의 소치다.
훌륭한 경제학자는 예컨대 그대로 뒀으면 위축돼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경제성장률을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고 그 정책이 채택 실행되도록 함으로써 플러스로 유지한다. 또는 경기가 과열되지 않고 적정한 성장세를 유지하도록 한다.
경제학자는 수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 전문가다.
백우진은 글쓰기 강사로 활동한다. 책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글은 논리다』를 썼다. 호기심이 많다. 사물과 현상을 관련지어 궁리하곤 한다. 책읽기를 좋아한다. 글을 많이 쓴다. 경제·금융 분야 책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주식투자법』, 『안티이코노믹스』, 『한국경제실패학』을 썼다. 마라톤을 즐기고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를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