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겸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이 현대차그룹과 푸본생명의 지원사격으로 현대라이프생명을 되살릴 기회를 얻었다.
다만 현대라이프생명이 구조조정과 함께 개인영업을 모두 철수한 만큼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겸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11월 말 1천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한 뒤 2주 만에 2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지급여력비율(RBC)이 2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9월 말 기준으로 148%로 떨어져 업계 최하위권에 있었다.
11월 말 현대커머셜의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인수로 지급여력비율이 175%가량으로 올랐고 12일 현대모비스·현대커머셜·푸본생명의 유상증자 참여로 안정권에 접어들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사업 부진으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계열사들을 통해 현대라이프생명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놓고 벼랑 끝에 몰린 정 부회장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어들었다. 11월 중국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판매량도 30% 감소하는 등 감소폭도 전월보다 확대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평가돼왔다. 정 부회장은 인수과정부터 출범까지 현대라이프생명을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과 상품전략에 관여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이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아 실적을 놓고 다른 말이 나오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순수 보험업을 하고 있어 실적이 좋아지면 오롯이 정 부회장의 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5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지원으로 숨을 돌리게 됐지만 거액의 투자에 부응하는 성과를 앞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라이프생명 철수설도 계속 불거지고 있는 만큼 정 부회장에게 기회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 이어갈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생명보험사가 현대차그룹 사업과 연관성이 없어 이 계열사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현대라이프생명의 적자가 지분법 손실로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의 재무제표에 매해 반영되는 만큼 현대차그룹 계열사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 부회장이 현대라이프생명의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도 내놓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최근 사업비를 아끼기 위해 개인영업을 철수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법인영업만 집중하기로 했다.
생명보험사의 핵심 사업영역은 개인영업인 만큼 생보사 가운데 개인영업을 포기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대라이프생명의 성장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지를 놓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