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2-13 15: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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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 등 지배구조 운영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지난해 금융지배구조법이 시행됐지만 일부 금융회사를 점검한 결과 CEO 승계프로그램이 형식적일 뿐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들을 발견했다”며 “금융회사의 전반적 지배구조를 면밀히 살피는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회장추천위원회에 연임의사가 있는 현직 회장이 참여하기 때문에 ‘셀프연임’이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현직 회장이 회추위에 빠져서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정을 놓고 투명하지 못한 과정과 경쟁자 없는 ‘셀프연임’을 비판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 원장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을 견제하고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하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선정과정을 회장 등이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구성된 후보군 양성프로그램도 비판했다.
최 원장은 “후보자를 양성한다는 내용만 있지 실질적 프로그램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과 증권,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후보자가 한 분야에만 있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를 검사한 뒤 드러난 문제는 시정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외부에 알리기로 했다.
최 원장은 “이번 검사의 중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이나 위법행위보다 지배구조와 조직문화에 둘 것”이라며 “최고경영자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임돼 금융회사를 건전하게 운영하면 리스크 부담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검사가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나 연임 도전을 앞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원장은 “어느 특정 지주사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점검하는 것”이라며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제대로 작동시켜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도록 후계자 양성 방향과 사외이사의 독립성 등을 추가적으로 검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