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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차를 한국에서 보기 힘든 까닭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11-19 15: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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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업계에서 국내 경차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배기량 1000cc,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 이내를 모두 만족해야 경차로 분류될 수 있다.

  유럽 경차를 한국에서 보기 힘든 까닭  
▲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이 기준에 부합되는 경차는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와 함께 수입차로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의 스마트 포투 등 단 4종이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경차 기준을 채택하고 있어 유럽산 경차들이 한국에서 경차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럽에서 전장 3500mm 이하 기준만 충족하면 한국의 경차에 해당하는 A세그먼트 차량으로 분류된다.

◆ 한국에서 경차가 되지 못한 유럽산 경차들

1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유럽에서 판매중인 르노의 경차 ‘트윙고’ 수입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트윙고 국내 수입과 관련된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내 도입을 검토한 적은 있으나 현재 거의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가 트윙고 수입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트윙고의 전폭이 국내 경차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 크다. 트윙고의 배기량은 800cc지만 전장 3590㎜, 전폭 1640㎜, 전고 1550㎜로 전폭이 국내 경차 기준보다 40mm 더 길었다.

정부는 경차 소유주에게 자동차 책임 보험료 1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할인, 등록세 및 취득세 면제, 특별소비세 및 교육세 면제 등 5가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트윙고를 구매하더라도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트윙고가 대상층인 경차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르노삼성차는 또 경차 마진율이 낮고 국내에서 경차 판매실적이 저조한 점도 고려해 트윙고 수입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윙고뿐 아니라 토요타의 아이고, 피아트 친퀘첸토, 폴크스바겐 업, 시트로엥 C1 등도 유럽시장에서 경차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기준을 적용할 경우 경차가 아닌 소형차로 분류된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친퀘첸토가 전폭 40mm 차이로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되지 못하자 애초 수입하려던 900cc 엔진을 단 유럽모델 대신 1000cc 엔진의 미국모델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경차 혜택을 못 받게 되면서 성능을 높이는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 유럽보다 엄격한 국내기준, 완화가 해법일까

스마트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하는 스마트 포투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 가운데 유일한 수입차다. 그러나 스마트코리아는 내년 3세대 스마트 출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3세대 스마트는 국내 경차 기준보다 전폭이 60mm 더 길기 때문에 더 이상 경차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스마트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 포투가 인기를 끈 이유는 경차혜택 때문이 컸다”며 “3세대 스마트가 경차로 분류되지 않아 수입을 중단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유럽 경차를 한국에서 보기 힘든 까닭  
▲ 국내 유일의 수입 경차 '스마트 포투'
국내 경차 비중은 약 10%로 유럽 주요 국가가 30~40%인 것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특히 경차 천국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경차 비중은 60%에 이른다. 경차 종류도 한국이 4종에 그치는 데 반해 유럽은 수십 종에 이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배기량, 전장, 전고를 충족시키더라도 전폭 몇 센티미터 차이 때문에 유럽산 경차가 소형차로 분류되는 일이 적지 않다”며 “국내 경차시장 성장 및 다양성 등을 위해서라도 경차기준이 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차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차기준은 배기량 660cc, 전장 3400mm, 전폭 1480mm, 전고 2000mm 이내로 한국과 비교해 엄격한 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차 종류는 70여 개에 이르며 경차 판매 비중도 40%가 넘어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2008년 경차 배기량 기준을 800cc 이하에서 1000cc 이하로 완화해 줬다. 같은 해 출시된 기아차의 뉴 모닝 배기량이 1000cc인 점을 감안한 정책적 배려였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보호가 오히려 국내 경차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큰 차를 팔아서 더 많은 이윤을 남기면 되는데 굳이 경차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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