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유효수요는 10억 원에 그쳤다.
매각되지 않은 잔여물량은 주관사인 KB증권 등 인수단이 인수하기로 해 예정대로 9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손해보험은 9월에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후순위채 400억 원을 발행하려 했지만 시중은행들이 막판에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김 대표가 2014년 3월 취임한 뒤 실적이 늘어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지만 롯데손해보험의 자본건전성을 향한 시장의 의구심을 지우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손해보험은 2014년 순이익 25억 원을 거둬 흑자로 돌아선 뒤 2015년 99억 원, 2016년 291억 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572억 원을 거두며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해 퇴직연금을 팔아 덩치를 불려왔는데 금융위원회가 퇴직연금과 관련된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지급여력비율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오히려 자본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9월 말 기준 159.1%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롯데손해보험의 자본건전성이 좋지 않은 데다 최근 시장금리도 오르면서 후순위채 매력이 떨어진 점도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비율제도(K-ICS) 도입 등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지주는 10월1일 출범한 뒤 2년 안에 자회사 42곳의 지분요건을 갖춰야 하는 만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롯데손해보험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지주는 자회사 42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상장사인 롯데칠성 1곳과 비상장사인 글로벌로지스와 롯데정보통신 등 12곳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한 자회사의 경우 지분 20%, 비상장한 자회사는 지분 40%를 보유해야 한다.
롯데손해보험의 자본확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해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과 달리 롯데손해보험은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인 유통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만큼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에 팔린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안방보험이 추가로 들일 자본확충비용을 감안해 35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은 부실한 자본건전성 때문에 그룹의 애물단지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김 대표 역시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 내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