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간 만남이 30분 만에 무산되는 등 첫 출발부터 파행으로 끝났다.
17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노사 대표단은 지난 14일 저녁 7시에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관에서 만났다. 이날 모임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28일 조기통합 관련 노사대화를 제의한 뒤 이뤄진 첫번째 공식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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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이 만남에 대표단 외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밤 9시쯤 도착해 30분 만에 자리를 뜨면서 만남은 끝나고 말았다.
하나금융은 애초 노사 실무진으로 구성된 대표단만 회동할 예정이었는데 김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김 회장과 만날 것을 요청해 김 회장이 뒤늦게 참석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의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은 당시 다른 지방에서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김근용 노조위원장이 김 회장이 꼭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요청해 2시간 정도 늦게 회동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노사대화를 처음 시작하는 자리에 양쪽 수장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며 “회동 당일 오후 2시쯤 김 회장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며 9시에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그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서 김 회장이 합류하자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통합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노조는 김 회장을 상대로 5년 동안 외환은행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2.17 합의서를 어긴 데 대해 사과하고 새로운 합의서를 만들 때까지 IT통합과 합병승인 신청 등의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또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등 신뢰회복 조치를 시행하고 대표단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며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17 합의서를 지킨다고 사전에 약속해 줄 것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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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
김 회장은 이런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은 뒤 30분 만에 회의장을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이 2시간 늦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조의 요구조건을 들은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사항은 추가된 사전약속까지 포함해 너무 무리한 조건”이라며 “김 회장도 이 상태로 대화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자리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앞으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대화를 앞으로도 계속 시도할 예정”이라며 “대화는 대화대로 진행하면서 통합에 따른 행정적 절차도 밟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화를 계속하자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나금융의 태도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