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지부 가운데 전국 KT 노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본사지방지부에서 민주노총 성향의 정연용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KT 노조 선거에서 민주노총 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것은 1994년 이후 23년 만이다.
KT노조는 1994~1996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국가전복 세력’이라고 일컬었을 만큼 강성노조로 분류됐다. 그러나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2013년에는 한국노총에 가입하면서 회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KT 노조를 놓고 '어용노조'라는 말도 나왔다.
KT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심상치 않은 눈으로 바라본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KT 내부에서 황창규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본사지방지부 조합원들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주장한 정연용 당선인을 지지함으로써 황창규 회장에 비판적 움직임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본사지방지부 조합원들은 서울 광화문 본사와 경기도 분당 사옥, 우면동 연구개발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로 KT에서도 핵심인력들로 꼽힌다.
KT 중앙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민주노총 성향의 후보자가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30.4%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KT는 KT 노조와 KT 새노조의 복수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 KT 새노조는 황 회장의 퇴진을 주장했지만 노조원이 약 3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KT 노조까지 회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낼 경우 황 회장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정연용 본사지부장은 당선 직후 “젊은 조합원과 여성 조합원을 중심으로 회사의 통제와 감시를 거부할 수 있는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본다”며 “노조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회사와 쉽게 타협하는 행태를 막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정치권에서 박근혜 게이트, 고액연봉 등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는데 KT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확산되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