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생명보험업 강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가능성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이 KB금융의 취약분야로 생명보험을 직접 꼽으면서 임기 안에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윤 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이 생명보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도 그 분야를 더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KB생명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33억 원을 올렸는데 KB금융 전체 순이익의 0.8%에 불과하다. KB손해보험(10.2%), KB국민카드(9.2%), KB증권(5.8%), KB캐피탈(3.7%) 등보다 낮다.
같은 기간 보유한 자산도 9조710억 원에 불과해 생명보험업계 17위에 머무르고 있다. KB금융의 주요 비은행계열사들이 자산 기준으로 상위권인 것과 비교된다.
KB금융은 대형 매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비은행사업을 키워왔다. 윤 회장도 현대증권 인수합병을 통해 업계 중위권이었던 KB투자증권을 자기자본 3위의 KB증권으로 탈바꿈했다.
윤 회장이 “좋은 매물이 괜찮은 가격으로 나오고 우리 전략에도 맞거든 (인수합병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이 ING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NG생명은 자산 기준으로 업계 5위이고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라 잠재적 매각대상으로 꼽힌다.
ING생명은 수익성도 좋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736억 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3% 증가했다. 재무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502%로 생명보험업계 선두다.
KB생명과 ING생명이 합쳐지면 자산 기준으로 업계 5위에 오른다. 3분기까지 순이익을 단순합산하면 이 기간 KB금융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KB손해보험도 제친다.
하지만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자본부담이 커질 수 있다. KB금융의 여유자금력은 보통주, 자사주, 이중레버리지(자회사의 출자여력)를 합쳐 2조3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의 가치를 24일 종가 5만38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2조6093억 원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내재가치까지 감안하면 ING생명의 예상 인수가격이 3조 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에서 나온다.
KB금융이 2012년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다가 높은 인수가격에 따른 자본적정성 악화를 이유로 철회한 전례도 있다.
윤 회장이 매각설에 휩싸인 메트라이프생명이나 매각을 추진했던 KDB생명을 대신 점찍을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다만 두 회사는 순이익과 지급여력비율 등에서 ING생명에 상당히 밀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면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때문에 자기자본을 훨씬 많이 쌓아야 하는 부담도 같이 안게 된다”며 “이를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좋은 매물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특정한 생명보험사 인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을 감안해 좋은 기업을 적절한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는 시기와 상황을 살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