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자진사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내정자에게 LIG손해보험 인수를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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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에 LIG손보 인수 승인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달 26일 열리는 두 번째 정례회의에서도 관련 안건을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거취에 대한 어떤 표명도 하지 않은 점을 사실상 자진사퇴 거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려면 KB금융 사외이사 퇴진 문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구축을 살펴봐야 한다”며 “인수승인을 언제 논의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KB금융사태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해 왔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연구원과 한국국제경제학회가 공동주최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미래’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KB금융 사외이사들을 직접 비판했다.
정 부위원장은 당시 “KB금융 이사진과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않았다”며 “KB금융 사태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도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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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윤 내정자는 취임 직후부터 KB금융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혀왔다. KB금융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배구조 개선에 앞서 사외이사 자진사퇴 등 KB금융사태에 대한 인적 책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윤 내정자가 금융위에 제시할 카드가 별로 없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 승인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이자를 물고 있다. 그런데 올해 안에 금융위로부터 인수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인수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LIG손보 인수를 준비하면서 금융위에 대책을 만들어 전달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IG손보 노동조합은 금융위가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자진사퇴를 위해 LIG손보 인수건을 이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LIG손보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금융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LIG손보 관계자는 “LIG손보 직원들은 인수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고생을 했다”며 “LIG손보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빠른 시일 안에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