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까?
김승건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사회 의장은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해 투명성 높일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이 그룹 승진인사를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을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바꾼 만큼 이번 기회에 이사회 의장도 분리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
박 회장은 그룹 계열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올해 2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미래에셋대우 이사회 의장은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기존에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들은 계열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는데 박 회장은 계열사 사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도록 규정됐지만 강제성은 없다. 사외이사가 아닌 등기이사가 의장직을 맡을 경우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사외이사를 따로 임명하고 그 사유를 알리면 된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 회사 대부분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다만 박 회장은 다른 계열사들도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했지만 주요 계열사 가운데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생명은
김승건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와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사장이 여전히 이사회 의장을 각각 겸직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PCA생명과 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통합이 마무리된 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신기술금융 등 본업 확대에 힘쓰고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체제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최근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편법적 지배구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에셋캐피탈의 본업 확대에 힘쓰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경영 투명화를 확보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시기라는 말이 나온다.
미래에셋캐피탈은 12월1일부터 윤자경 이구범 미래에셋캐피탈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개편하고 본격적으로 본업인 투자금융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구분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장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승건, 미래에셋캐피탈 이사회 의장 유지하나
박 회장이
김승건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하는 대신 이사회 의장은 유지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과 달리 내부인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 권한을 외부인사에게 나눠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살펴보면 박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룹의 주요축인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캐피탈의 대표이사를 동시에 맡기도 할 정도로 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한 가족회사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캐피탈을 향한 오너 중심의 ‘불투명한 경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동시에 박 회장의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셈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인사는 나오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김 대표의 향후 보직 및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