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통신비 인하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내놓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가능성에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적극적 참여가 없다면 완전자급제가 예정대로 실행돼도 실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12일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이통사, 휴대폰 제조사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 통신비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을 검토중인 완전자급제는 휴대폰 제조사가 기기 판매를 담당하고 이통사는 유통에 관여하지 않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가전제품과 같이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도록 해 유통과정을 단순화하고 가격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현재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통신업체와 제조사가 각각 제공하는 보조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심하고 소비자들이 실제 판매가격을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국내 이통3사 대표들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완전자급제 시행에 대체로 긍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이통사 입장에서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휴대폰 유통에 들이는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고 저가요금제 등 다른 통신비 인하정책이 대신 도입되는 것보다 타격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휴대폰 할부금이 통신비에서 제외되면 소비자들의 체감부담이 낮아져 고가요금제 판매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반면 소비자들이 실제로 얻는 통신비 절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이 삼성전자의 독점체제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자급제가 도입돼도 제조사들이 휴대폰 판매가격을 내릴 이유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10월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상위 1~9위를 모두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출시된 LG전자 G6만 10위에 간신히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미 시장지배력이 막강해 휴대폰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고 LG전자는 실적이 부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기는 무리인 상황에 놓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독과점한 국내시장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가격경쟁을 유도할 수 없고 판매업자들에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중립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도입을 반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전 세계에 판매하는 스마트폰의 가격을 한국에서만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전 세계 통신사에서 가격인하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해 다양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LG전자는 통신사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방향을 따르겠지만 아직 시행된 적이 없는 정책인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비슷한 선례를 찾기 어려워 효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정부도 최근에는 다양한 검토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는 중국업체의 진출이 확대되는 계기가 만들어져 한국 제조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완전자급제 도입에 발목을 잡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월 단말기자급제와 관련해 열린 국감에서 “통신사와 제조사, 유통점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위해 정교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