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1-09 16:48:38
확대축소
공유하기
CJ헬로가 알뜰폰 망 도매대가 인하로 더 싼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가요금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알뜰폰사업에서 실적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변동식 CJ헬로 대표.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알뜰폰 망 도매대가 인하 결과를 놓고 알뜰폰사업을 활성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8일 SK텔레콤과 알뜰폰 망 도매대가를 인하하기로 협의했다. 정부는 매년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알뜰폰 망 도매대가를 새로 산정한다.
이번 협의로 알뜰폰 사업자가 LTE정액요금제(데이터중심요금제)의 수익에서 이통사에 주는 비율은 평균 7.2%포인트 내려갔다. LTE 가입자로부터 얻은 수익이 1천 원이라고 가정하면 예년보다 알뜰폰 사업자가 72원을 더 차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알뜰폰업계가 애초에 요구했던 10%포인트 인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알뜰폰회사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망 사용료가 인하된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가요금제부문에서 여전히 이통3사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데이트를 11GB(기가바이트) 이상 제공하는 고가요금제에서는 이통사가 차지하는 수익비율이 1.7%포인트 밖에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가 새로운 고가요금제를 출시해 이통3사와 경쟁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이 고가요금제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저가요금제 수익비율을 많이 낮추는 대신 고가요금제 수익비율은 방어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는 이번 협상 결과로 고가요금제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알뜰폰회사들은 대부분 중저가 요금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데 CJ헬로는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고가요금제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최근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고가요금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는 8월 데이터 10GB를 월 2만 원대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망 도매대가 협상 결과에 따라 11GB 이상의 데이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요금제도 선보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는 고가요금제에서 정체된 알뜰폰사업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고가요금제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는 이통사의 전략에 가로막히게 됐다.
CJ헬로는 알뜰폰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분기에 알뜰폰사업에서 매출 672억 원을 거둬 지난해 3분기보다 0.5% 줄었다. 알뜰폰 가입자도 2분기보다 4천여 명 감소한 85만3천여 명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9월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됐고 취약계층 요금감면까지 시행될 가능성이 커 이통3사의 통신료가 계속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은 최대 무기인 가격경쟁력을 점차 잃게 되는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CJ헬로는 알뜰폰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G, 3G보다 LTE 가입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며 고가요금제 시장까지 노리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협상 결과로 11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요금제를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