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7-11-08 18:00:21
확대축소
공유하기
순레이 ABL생명 사장이 취임 후 불거진 첫 노사갈등을 봉합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임금피크제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단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 순레이 ABL생명 대표이사 사장.
8일 금융권에 따르면 ABL생명 노사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때 지급되는 임금비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56세부터 60세까지 피크임금의 310%를 지급하겠다는 안을 내세우고 있고 노조 측은 425%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서로 내세우는 안들의 차이가 크다”며 “직원들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남에 따라 인건비가 오른다는 이유로 회사가 불합리한 지급률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보험사 직원의 정년 퇴직연령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함과 동시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모든 보험사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NH농협생명 KDB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동양생명 등이 임금피크제를 놓고 노사가 합의했다.
ABL생명 노조는 지난해 4월 안방보험에 인수되면서 3년 동안 고용안정을 약속받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다시 고용이 불안정해졌다고 보고 이번 협상에서 강하게 사측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는 사실상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의 대체수단이 될 수도 있다. ABL생명과 같은 모회사 계열사인 동양생명은 임금피크제의 임금삭감 비율을 조정해 희망퇴직과 큰 차이가 없게 만들어 놓아 결국 희망퇴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양생명 노사는 내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2일 합의했다.
순레이 사장은 6월 취임한 뒤 악화된 ABL생명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노사갈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순레이 사장은 취임했을 당시 ABL생명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생명보험사라는 점을 높이 사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순레이 사장은 안방보험의 무조건적 지원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자체적으로 수익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ABL생명을 인수한 뒤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4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ABL생명에 투입하는 등 한국자회사를 지원했지만 중국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해외 인수합병에 반감을 품고 조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행보를 장담할 수 없다.
ABL생명은 2016년 4월 안방보험에 단돈 35억 원인 헐값으로 팔렸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 빠르게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ABL생명은 상반기 순이익 24억 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 841억 원을 낸 것과 대비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ABL생명이 동양생명과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도는데 선제적으로 동양생명과 임금체계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