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상규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 부사장(왼쪽)과 하현회 LG전자 홈엔테인먼트(HE) 사업본부 사장이 8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행사에 참석해 'LG 울트라 올레드 TV'를 선보이고 있다. |
LG전자는 지난달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TV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대체기술을 적용한 TV가 PDP TV를 대체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었다.
LG전자의 철수선언으로 세계 주요 TV업체 가운데 PDP TV를 생산하는 곳은 중국의 창홍만이 남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삼성SDI가 PDP패널 생산종료를 발표하면서 미리 시장에서 발을 뺐다. 일본 파나소닉과 히타치, 파이오니아도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다.
이에 따라 세계 TV시장에서 LCD TV와 OLED TV의 대결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여기에 양자점 TV도 뛰어들었다.
OLED TV가 LCD TV를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양자점 TV가 OLED TV의 맞수가 될 수 있을지,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 업계는 주목한다. 이 복잡한 전쟁에서 승리하는 업체가 미래 TV시장에서 절대강자가 될 게 분명하다.
◆ 20년 역사 막 내린 PDP TV
1990년대 초반 고화질 영상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기존 브라운관(CRT) 방식의 TV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후지쯔와 NEC, 마쓰시타, 파이오니아 등 일본업체들은 1993년부터 PDP TV를 시장에 내놨다. LG전자도 1999년부터 PDP TV사업을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이보다 2년 늦은 2001년부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PDP TV는 두 장의 유리판 사이에 이온·전자 혼합물을 넣고 전기를 흘려보내면 기체방전(플라스마) 현상이 나타나는 원리를 이용해 화면을 표현한다.
PDP TV는 브라운관 TV에 비해 두께가 얇고 가벼워 대형화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PDP TV는 해상도가 뛰어났고 브라운관 TV에서 나타나는 화면 떨림현상도 없었다.
이런 장점 덕분에 PDP TV는 ‘배불뚝이’라 불리던 브라운관 TV를 몰아내고 평판TV 시대를 열 수 있었다.
하지만 PDP TV는 2000년대 후반부터 LCD TV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LCD TV가 초기단점으로 지적되던 느린 반응속도와 부족한 색표현력, 대형화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PDP TV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갔다. 밝기와 소비전력이 우수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PDP TV보다 고가였던 LCD TV의 몸값이 크게 떨어진 점이 PDP TV시대의 종말을 앞당겼다. 한 때 500만 원을 넘겼던 40인치 LCD TV의 경우 2006년 300만 원대로 떨어졌고 이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현재 몇십 만 원 수준에 이르렀다.
시장의 중심이 LCD TV로 이동하면서 PDP는 TV시장의 왕좌에서 물러났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체 TV시장에서 PDP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중반 80% 대에서 지난해 4.7%로 급감했다. 반면 LCD TV는 95.3%의 점유율로 PDP TV시장을 완전히 대체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세계 PDP TV시장 규모가 올해 540만 대에서 내년 180만 대로 줄어들고 오는 2017년이면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한다.
|
|
|
▲ 삼성전자 모델이 9월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105인치 가변형(밴더블) UHD TV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
◆ OLED TV에 대한 엇갈린 전망
브라운관 TV에서 PDP TV로, 다시 LCD TV로 TV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 과정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가 시장변화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성능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현재 세계 주요 TV업체 가운데 OLED TV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LG전자뿐이다. LG전자는 OLED TV가 LCD TV를 대체할 수 있다며 그 근거로 우수한 성능을 강조한다.
하진호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기획관리담당 상무는 지난달 29일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OLED TV는 기존 LCD TV와 비교해 차원이 다른 무한비율의 명암비와 빠른 반응속도, 완벽한 곡면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OLED TV는 자체발광 소자를 통해 직접 빛을 낸다. LCD TV처럼 뒤에서 빛을 내주는 ‘백라이트 유닛(BLU)’을 장착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LCD TV보다 더 얇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고 투명하거나 휘는 디스플레이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업계는 OLED TV의 성능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 LCD TV보다 아직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는 OLED TV 패널의 수율(원재료 투입량 대비 완제품 생산 비율)이 LCD TV 패널의 수율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동원 LG디스플레이 프로모션담당 전무는 지난달 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 전시회(IMID) 2014’에서 “TV용 OLED 패널 생산수율은 현재 70~8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OLED 패널 100장을 생산할 경우 최소 20장에서 최대 30장 정도가 불량이라는 뜻이다. 거의 100%에 이르는 LCD 패널 생산수율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편이다.
LCD TV가 최근 초고화질(UHD) TV와 곡면(커브드) TV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LCD TV가 OLED TV만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흡수하면서 둘 사이의 성능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강민수 책임연구원은 6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LCD TV가 최근 곡면 기술을 확보하고 색재현력을 높이면서 OLED TV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UHD LCD TV보다 풀HD OLED TV 가격이 더 높은 편”이라며 “OLED TV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최대한 빨리 OLED 가격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CD와 OLED 모두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어느 한 쪽이 승리하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OLED TV가 수율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서서히 LCD TV 시장을 대체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 중국 최대 TV제조회사 TCL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공개한 55인치 '퀀텀닷 컬러' UHD TV |
◆ 양자점 TV, OLED TV의 새로운 적수 되나
OLED TV와 LCD TV가 향후 TV시장을 놓고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양자점(퀀텀닷, QD) TV가 OLED TV의 맞수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양자점 TV는 전류를 흘리면 스스로 빛을 내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양자가 들어간 반도체를 이용한다. 기존 LCD 패널에 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필름을 붙이거나 백라이트 유닛 자체에 양자점 기술을 적용해 만든다.
양자점 TV의 최대 장점은 화질이다. OLED TV의 색 재현율을 100%로 볼 때 LCD TV는 OLED TV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자점 TV는 최대 110%까지 색 재현율을 높일 수 있다.
가격 역시 양자점 TV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반 LCD TV에 비해 20% 정도 패널 원가비용이 더 들지만 OLED TV보다 수율이 높아 가격이 저렴하다. 따로 생산라인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 LCD 패널 라인에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자점 TV가 여러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환경문제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양자점 TV 생산과정에서 카드뮴이 사용되는데 카드뮴은 독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분류돼 주요 국가에서 규제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미국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이 영국 소재기업 나노코와 손잡고 지난해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 양자점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점쳐진다.
◆ 삼성전자는 유보, LG전자는 OLED에 올인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업체들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양자점 TV를 선보이며 해당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전자는 양자점 TV가 떠오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자점 TV가 OLED TV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사장은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OLED TV는 양자점 TV와 비교해 차원이 다른 제품”이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LCD TV의 색 재현율을 OLED TV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LCD TV에 필름 하나를 더 끼워 만든 제품이 바로 양자점 TV”라며 “OLED TV가 수율문제만 개선하면 양자점이나 UHD LCD TV보다 훨씬 우수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양자점 TV시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30일 열린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양자점 TV와 관련해 오래 전부터 검토해 왔다”며 “시장상황을 살펴본 뒤 언제 제품을 내놓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상무는 “삼성전자는 시장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다만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양자점 TV로 추정되는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초 양자점 TV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7월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 ‘삼성큐닷(QDOT) TV’라는 상표명을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