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0-30 16: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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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LG유플러스가 국내 이동통신 1위 기업인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5G의 상용화로 통신시장이 요동칠 때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협력을 강화하며 SK텔레콤을 추격하는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상용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며 협력관계를 다지기 시작했다. 협대역 사물인터넷은 사물인터넷 표준 기술 가운데 하나인데 SK텔레콤이 사물인터네 전용망 ‘로라’를 내놓자 공동전선을 구축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올해 3월에는 LG유플러스가 KT의 음원서비스 계열사인 KT뮤직 지분 15%를 인수했고 7월에는 두 회사가 각자 보유한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내비게이션 ‘원내비’를 출시했다. 시장점유율이 60%에 가까운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SK텔레콤 위주의 통신시장에 당장의 큰 변화를 낳기는 쉽지 않다.
SK텔레콤은 8월 기준으로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이 42.86%에 이르고 있고 KT는 25.77%, LG유플러스는 19.75%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점유율이 2014년 12월 50.02%였던 데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5:3:2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의 통신시장 구조에서는 수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 점유율을 1%만 늘려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이동통신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깨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5G시대가 오면 고착화된 통신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5G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시장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모두 2019년 하반기부터 5G를 상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국내 5G시장 규모가 2020년 3조1063억 원에서 매년 급증해 2025년 34조702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존 통신업보다는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같은 B2B(기업 간 거래)의 성장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미 포화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시장에서는 투자를 위한 새로운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등의 시장은 5G 기술로 더 확대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KT와 LG유플러스가 전통적인 통신분야가 아닌 사물인터넷, 내비게이션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5G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물인터넷에서는 KT-LG유플러스 연합이 SK텔레콤에 한 발 앞서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공동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협대역 사물인터넷은 SK텔레콤의 로라와 비교해 속도와 커버리지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KT는 최근 삼성전자와 협력해 협대역 사물인터넷 망을 이용한 위치추적기를 내놓기도 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스타터업 '스파코'를 통해 위치추적기를 내놓았지만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KT가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가정용 사물인터넷분야에서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가입자 수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처럼 각 회사가 가진 장점을 서로 활용해 투자효율화, 이용자데이터 확대 등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탄탄한 소비자층을 내세워 5G시대에도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공산이 크다”며 “이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가 연합을 맺고 SK텔레콤에 대항하는 그림은 앞으로도 자주 그려지게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