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자 운영체제인 타이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하고 타이젠 TV를 내년 초 출시한다.
타이젠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 보이자 홈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의 운영체제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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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예정했던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고 타이젠 운영체제가 탑재된 TV는 예정대로 내년 초에 출시한다.
타이젠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미국의 인텔 등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모바일기기 운영체제다.
타이젠은 스마트워치인 기어S에 사용되면서 처음으로 실체가 공개됐다. 다음 타이젠 기기로 스마트폰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삼성전자는 벌써 네 번째 출시를 미뤘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용 스마트폰 시제품으로 선보인 ‘삼성Z’는 하드웨어 사양과 가격에서 모두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만 했지만 다양한 앱을 확보하지 못했다. 운영체제는 다양한 앱을 확보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150만 개가 넘지만, 타이젠용 앱은 6천 개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인 바다가 실패한 것도 결국 앱 생태계에서 뒤쳐졌기 때문”이라며 “앱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스마트폰 운영체제로서 타이젠의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회장도 “새로운 운영체제를 디자인하는 것은 쉽지만 문제는 OS 주변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타이젠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고 윈도폰조차 성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를 미루고 타이젠 TV부터 출시하려는 것을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스마트폰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양강체제가 굳어져 있지만 스마트 TV나 가전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운영체제가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다양한 전자기기를 직접 만드는 제조사라는 강점을 활용해 홈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부터 적용해 가는 전략이 먹혀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마트폰을 보조하는 스마트워치를 첫 타이젠 제품으로 출시하고 스마트폰과 연동성이 한층 높아진 TV가 타이젠을 적용하는 다음 기기가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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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S |
강석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플랫폼팀 선임은 3일 열린 ‘테크플래닛 2014’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타이젠 운영체제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에 타이젠 TV가 나올 예정이며 앞으로 다른 전자기기에도 타이젠 운영체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스마트워치와 TV뿐 아니라 향후 홈네트워크로 연결될 디지털 카메라, 냉장고, 세탁기, 로봇청소기, 가스 및 전력 제어장치 등의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TV와 냉장고 등에 탑재할 수 있는 ‘타이젠 3.0 버전’ 개발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