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주력상품인 D램에 실적을 계속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분야에서 글로벌기업들의 투자경쟁 과열로 업황의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황변화에 취약한 D램의 시장상황에 긴밀히 대응할 수 있도록 미세공정 기술발전과 원가절감 등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생산을 계획했던 신규공장에 D램 장비를 들이고 있다”며 “투자전략 변화가 업황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D램 생산투자를 늘릴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외 증권사들은 최근 잇따라 D램 가격이 하락세로 바뀔 가능성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한동안 약세를 보였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늘고 주가가 오른 데는 D램 평균가격 상승세가 기여했는데 가격이 하락세로 바뀔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이천과 중국 우시의 D램 공장에 시설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내년 투자규모는 올해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공급과잉을 감수하며 시설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메모리반도체의 새 성장동력인 낸드플래시분야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시바와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들은 최근 일제히 낸드플래시시설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늘리기로 결정하며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상위 5개 기업의 출하량 증가율은 올해 33%, 내년 40%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과잉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유력한 셈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낸드플래시업체들은 그동안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3D낸드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시설투자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정부 역시 D램 시장진출계획을 세웠지만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낸드플래시에 시설투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국영기업인 YMTC가 들이는 투자규모만 27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에 편중됐던 메모리반도체 매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비중의 확대에 주력해왔다. 낸드플래시의 수요증가폭이 D램보다 커 장기적인 성장전망이 밝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기업들도 비슷한 목표를 두고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투자확대를 대안으로 삼고 발빠르게 선제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D램 호황기에 생산투자를 벌여 출하량을 늘릴 경우 수혜폭을 더 키우며 지속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D램의 경우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직결되는 제품에 주로 탑재되는 만큼 업황변화에 취약해 언제든 가격하락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D램 증설투자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평택 P1 반도체공장. |
이 연구원은 “반도체산업은 수요와 공급을 결정짓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 간단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며 “D램 업황변화는 한국업체들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투자를 확대하려면 이런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증설투자와 더불어 원가절감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미세공정 기술전환 등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시설투자를 대폭 늘린 데 공장증설 외에도 기존 생산라인을 미세공정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기업들이 그동안 D램의 생산량을 늘린 뒤 업황악화와 수익성 타격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여러 차례 겪어온 만큼 생산투자에 무리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을 늘리는 증설투자에는 막대한 투자비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투자확대가 단기간에 업황과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