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가계부채 종합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뉴시스> |
문재인 정부가 곧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출범 이후 네 번째 내놓는 부동산 관련한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앞서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시장에서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종합대책만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가계부채종합대책의 효과를 살펴본 뒤 보유세 인상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이 합동브리핑에 모두 참석한다. 14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본격적 대책마련에 착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다.
가계부채종합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이미 거의 알려진 상황이다.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대출기준이 까다로워지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신DTI) 도입을 뼈대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해 대출금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도입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금융규제만으로는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6·19부동산대책과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등으로 선정해 이 지역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의 자금줄을 조였다.
하지만 실제 아파트 매매가격의 추이를 살펴보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화되는 듯 보이지만 다시 집값이 꿈틀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부터 다섯째 주까지 수도권 아파트가격은 매주 각각 0.12%, 0.15%, 0.19%씩 상승하다가 8·2부동산대책이 나온 직후 0.02%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3주 동안 아파트가격은 매주 0.06%씩 올랐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가격은 2달 반 동안 약 3.5%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주택시장의 ‘큰 손’들에게만 이익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민들의 경우 대출이 막히면서 부동산 투자기회가 날아가 버렸는데 은행에서 대출하지 않고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자산가들의 경우 이 시기를 주택보유를 늘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는 K씨는 “잇따른 부동산대책이 발표돼 들고 있는 매물을 내놓아야 하나 싶어 여러 공인중개사를 돌아다녀 봤지만 실제로 집값은 오르는 추세”라며 “오히려 이 기회에 아파트를 더 매입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로부터는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은 결국 목돈을 모아 집을 구매하거나 임대아파트에 살라는 소리밖에 더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서울시 아파트 평균가격은 6억3924만 원(1㎡당 742만 원)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직원이 500명 이상인 국내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월 682만 원 수준인데 한 푼도 안 쓰고 94개월, 약 8년가량 돈을 모아야 서울시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빚을 내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이 사실상 힘든 구조다.
이를 놓고 금융규제 이외에 보유세 인상을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계속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보유세를 어떻게 할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해왔다”며 “준비를 해놓고 있다가 정책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언제든지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 발언을 놓고 정부가 보유세 인상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으로부터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