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10-23 15: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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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금리도 상승하고 있지만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제자리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 인상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8월 기준으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평균 1.52%대로 매기고 있다. 연초 1.53%에서 0.01%포인트 사이의 변동만 보이고 있다.
개별 은행의 상품별로 살펴보면 연 1.7~1.9% 금리를 매기는 예금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우대조건을 충족해야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면 연간 가계대출금리는 8월 평균 3.26%로 집계돼 1월 3.19%에서 0.07%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일반신용대출 등 세부적인 항목을 살펴봐도 변동폭이 예금금리보다 크다.
이에 힘입어 은행 중심인 금융지주사들은 상반기에 순이익 6조1933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8% 늘어났다.
KB금융이 1~3분기 누적 순이익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금융지주사들의 연간 실적전망도 밝다.
예대마진(여신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전체 수익도 그만큼 늘어난 점이 반영됐는데 고객에게 불리한 ‘금리장사’의 결과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2018년 상반기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하자 예대마진이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3일 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전보다 0.087%포인트 높은 연 3.827~5.047%로 인상했다. 최대 5% 선을 넘어선 것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만간 올리면서 최대 4%대 후반을 매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예금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신호가 주어진 뒤에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0.02~0.05%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도 예금금리를 적극 떨어뜨린 반면 대출금리는 비교적 적게 낮춘 전례가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게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1.25%로 떨어졌을 때 예대마진은 평균 1.7%포인트에서 1.9%포인트로 확대됐다.
김 의원은 “한국은행이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는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그에 상응한 만큼 떨어지지 않아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저해했을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금융당국과 협조해 은행의 금리운용 행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