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최근 1년 넘게 이어졌지만 내년까지 장기적으로 호황이 지속될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요기업들의 투자확대가 공급과잉을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집행할 생산투자가 전체 업황변화를 주도할 만큼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상황에 맞는 긴밀한 투자전략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놓고 업계에서 서로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기업이 업황악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상승세는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평균탑재량 증가와 서버업체들의 증설수요확대에 힘입어 쉴틈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수혜를 보며 올해 실적과 주가가 모두 급상승하는 효과를 봤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수혜폭을 더 키우기 위해 생산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규모가 내년에는 약 27조 원으로 올해 전체 추정치보다 3.5%, SK하이닉스는 11조 원으로 18% 정도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반도체업황이 공급과잉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일부 증권사의 예상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 확대계획에 반응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경제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D램 점유율 확대를 노리며 생산투자를 늘려 전 세계 반도체업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도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를 뒤따라 D램 생산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중국 D램공장에 증설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본격적으로 생산증설효과를 보려면 내년까지 추가적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D램 생산증설 나서는 시기는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 등의 시설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내년 2분기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증설투자계획을 놓고 증권가에서 불안한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증가가 기업의 투자확대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구도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확산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성장과 점유율 확대를 노리기보다 업황의 변화에 긴밀히 대응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짜는 데 고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규공장 부지.
투자경쟁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든 역사가 과거부터 꾸준히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설투자규모를 축소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의 퇴진 등으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2020년까지 이어질 장기적 투자계획을 모두 마련해둔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확대가 업황악화를 이끌 경우 생산증설에 따른 고정비 상승 등이 실적에 추가적인 타격을 안길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익을 얻기 위한 투자전략 변화를 고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어도 업체들이 신규투자를 늦추거나 규모를 줄일 경우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