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0-20 15: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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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JB금융의 안정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두 축으로 삼는 ‘투뱅크 체제’의 안착에 성공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금융지주 3곳 가운데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CEO 리스크'를 겪은 것과 달리 JB금융지주는 별다른 잡음없이 굳건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BNK금융은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전 부산은행장의 구속으로 5개월여 동안 ‘수장공백’ 사태를 겪은 뒤 9월부터 김지완 회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있다.
DGB금융 등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조직 안팎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은 오히려 한발 빠르게 JB금융지주 회장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김 회장의 광주은행장 임기가 11월30일까지였지만 두 달 앞선 9월 말에 광주은행장을 분리해 송종욱 당시 광주은행 부행장에게 맡겼다.
다른 지방금융지주가 회장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에 따른 투명성 및 내부통제 미비 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면서 JB금융지주의 견조한 지배구조를 외부에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다소 성급하게 권력분산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지주 회장과 행장 사이의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너가 없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김 회장이 JB금융의 최대주주인 삼양그룹 오너 일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데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이 JB금융 지분 9.01%(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이 은행장에서는 물러났지만 J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그대로 겸임하고 있는 등 이사회 장악력도 높아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2013년 퇴임했었지만 김 회장이 경영능력을 높이 사 다시 영입할 만큼 두 사람 사이의 신뢰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장 분리로 그룹 전체의 카드사업을 맡고 있는 김태진 광주은행 부행장보를 제외하면 두 은행에서 임원을 겸직하는 인사도 없어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축으로 삼은 JB금융의 ‘투뱅크 체제’가 온전하게 갖춰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BNK금융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으로 꾸려진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체계나 시스템적 통합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과 달리 김 회장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독립적인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김 회장이 광주은행장을 분리하면서 그룹의 차기 승계구도를 놓고 송 행장과 임용택 전북은행장의 경쟁구도를 마련했다는 말도 나온다.
2014년 11월부터 전북은행을 이끌어 온 임 행장도 9월에 임기가 1년6개월 연장돼 2019년 3월까지 전북은행을 맡게 되면서 김 회장과 송 행장, 임 행장은 2019년 3월에 나란히 임기를 마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여전히 강력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각 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다른 금융지주들이 지배구조 논란으로 주춤하고 있을 때 김 회장은 견조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중장기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