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추락하고 있다.
반년 새 30% 가까이 떨어지면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둔화가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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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
국제유가가 붕괴해 절반 이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일 배럴당 77.19달러로 전날보다 2% 하락했다. 201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75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도 2.3% 떨어진 배럴당 82.82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4년 만에 최저치였다.
최근 유가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텍사스유 가격은 지난 6개월 동안 28%나 하락했다. 특히 최근 4일 동안 텍사스유는 6.1% 떨어졌고 브렌트유는 5% 떨어졌다. 가격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유가하락 원인은 세계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수출하는 원유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톰 글로자 개스버디닷컴 석유담당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가격전쟁이 시작되면 유가가 배럴당 30~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앨런 해리 스파르탄 상품펀드 CEO는 “1~2주 안에 70달러 선이 무너질 것”이라며 “배럴당 60~6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하락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전망이 엇갈린다.
마이클 라이언 UBS 선임투자전략가는 “유가하락은 소비를 촉진하지만 에너지기업의 수익은 떨어진다”며 “과거에 긍정적인 면이 많았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크레이그 엘럼 알파리UK 애널리스트는 “유가하락은 글로벌 경제에 숨겨진 부양책이나 다름없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27일 열리는 석유수출국(OPEC) 각료회의가 유가변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OPEC이 감산을 결정하면 유가하락세를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맥스 데너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상품시장 전략가는 “OPEC이 하루 70만 배럴 이상 감산하면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계는 유가하락으로 비축분 재고평가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본다. 1분기 이상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손실을 낳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분기 영업손실 2200억 원 가운데 1400억 원이 재고평가손실이다.
반면 유가가 떨어지면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는 항공업과 해운업은 유류비 절감 효과로 수익성이 좋아진다. 3분기 대한항공 유류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아시아나항공은 5.2%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