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10-19 14: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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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강도높은 인적쇄신을 준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을 둘러싼 부실과 낙하산인사 논란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 행장이 최근 수출입은행 임원 전원으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은 것을 계기로 인사 물갈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입은행 임원들이 일괄사표를 낸 것은 1976년 회사의 설립 이후 처음이다.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은 책임을 묻는 조치로 풀이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임원들은 지난해의 구조조정 문제에 책임을 지고 은 행장의 조직쇄신 과정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사표를 냈다”며 “재신임 혹은 사표를 수리하는 여부는 24일 열리는 국정감사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순손실 1조4692억 원을 봤다.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부실조선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빌려준 여파로 설립 이후 첫 적자의 불명예를 안았다.
상반기에 순이익 4453억 원을 올려 흑자전환했지만 이전에 구조조정기업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문제가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 행장이 취임사에서 “조선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수출입은행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성동조선해양은 외부실사 결과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향후 구체적인 구조조정방침이나 독자생존 여부 등이 아직 불투명하다.
수출입은행은 6월 기준으로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44%를 기록해 국내 은행들의 평균치 14.08%를 밑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구조조정기업의 관리부실과 자본건전성 악화 등으로 뭇매를 맞았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받을 수 있다”며 “은 행장이 국정감사에 대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 행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준법감시인을 도입하는 등 지난해 결정된 인사제도 혁신안을 시행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낙하산인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역대 수출입은행장 20명 가운데 12명은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임명됐다. 민간 출신인 이덕훈 전 행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강대학교 동문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출입은행장의 낙하산인사 논란이 생기고 공석 기간도 생겨 행장이 리더십을 세우고 현안에 빠르게 대처하는 일이 힘들다는 지적도 계속 나왔다.
최근 퇴임한 공병재 전 상임감사위원이 2012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등 행장을 제외한 임원들도 낙하산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임원후보추천위는 행장이 제청권한을 보유한 전무,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후보만 심사하지만 최소한 임원 선임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조의 반발도 줄일 수 있다”며 “낙하산인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