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 후보가 다음 행장후보로 낙점된 데는 세대교체와 조직안정 양쪽을 모두 잡으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후보가 취임할 경우 1961년생으로 가장 젊은 시중은행장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나이가 많은 KB금융 경영진 가운데 상당수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허인 KB국민은행장 후보. |
김옥찬 KB금융 사장은 11월20일 임기를 마친다. KB금융 계열사 사장 대다수도 12월 말에 임기가 끝나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
허 후보는 KB금융 계열사 사장들 가운데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김용만 KB저축은행 사장,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 등보다 어리다.
국민은행 부행장은 허 후보를 포함해 8명인데 박정림 자산관리(WM)그룹 부행장(1963년생)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허 후보보다 나이가 많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을 비롯한 상시지배구조위원들이 ‘2기 경영’을 앞두고 KB금융 경영진을 세대교체하기 위해 허 후보를 국민은행장으로 내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금융지주 계열사의 맏형 역할을 맡는 것이 관행”이라며 “은행장이 비교적 젊을 경우 또래 나이의 인사들이 경영진에 오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허 후보가 비교적 젊은 편인 것은 맞지만 다른 경영진을 결정할 때도 나이보다는 업무능력을 우선적으로 본다”이라며 “계열사 사장의 경우 개별회사의 인사방향 결정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 후보가 국민은행 내부인사이고 윤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했을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점도 조직안정에 도움을 줄 요소로 평가된다.
윤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한 이래 행장이 분리되면 낙하산인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허 후보가 내정되면서 ‘외풍’ 논란도 한동안 가라앉게 됐다.
허 후보는 외환위기 당시 국민은행에 합병됐던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옛 국민은행(1채널)과 주택은행(2채널) 출신 인사들의 ‘채널싸움’과도 연관되지 않았다.
그가 장기신용은행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국민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이 요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을 가라앉힐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허 후보가 장기신용은행에서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일했던 것도 높게 평가된다. 국민은행은 윤 회장의 연임에 관련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가 허 후보의 선임에도 반발하고 있어 노조 위원장으로서 쌓았던 경험을 활용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