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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
모뉴엘사태 이후 은행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모뉴엘 사기대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질서를 새로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은행만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수상하게 보고 대출금을 회수해 이번 사태를 면한 것이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 최수현 "모뉴엘사태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발생"
최수현 금감원장은 3일 서울 금감원 주례임원회의에서 “모뉴엘 위장수출 관련 대출은 내부통제 부실 등 금융인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련의 금융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법과 원칙에 의한 현장 금융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요구했다.
최 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모뉴엘의 수출거래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하는 오픈 어카운트 방식”이라며 “물품의 이송이나 선적서류 위조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 어카운트 방식은 수출업자가 수입자와 선적서류를 주고받은 다음 수출채권을 은행에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은행은 이 경우 선적서류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선적후신용보증)나 기업 재무제표를 대출근거로 활용한다.
최 원장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만 믿고 은행들이 모뉴엘에 대해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해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부터 모뉴엘에 대출해 준 10여 개 은행에 약 40명을 투입해 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여신 취급내역 및 현재 남은 여신금액 등을 취합하고 있다”며 “여신 취급과정에서 규정위반이 확인되면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국감에서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를 보고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하겠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무역금융의 전반적 제도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중은행들
모뉴엘 사태에 연관된 은행들은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모뉴엘 대출과정에 대한 사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여신규모가 가장 큰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외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사전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박홍석 모뉴엘 대표는 최근 6년 동안 10개 은행에서 3조2천억 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모뉴엘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대출금 가운데 6768억 원을 아직 상환하지 못했다.
이 금액 가운데 3265억 원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근거로 대출받은 것이다.
무역보험공사와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현장실사 대신 서류에 의존하면서 허위대출 확인작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모뉴엘의 이름을 믿고 실제 물건이 오고갔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수출채권은 신용장 통일 규칙 등에 따라 서류로 검토한다”며 “실제 수출한 물품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도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이 있어 여신심사에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무안정성 검증을 미진하게 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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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우 우리은행장 |
반면 우리은행은 2012년 모뉴엘에 850억 원을 빌려줬다가 지난해 대출금을 모두 돌려받으며 피해를 면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모뉴엘의 재무제표에서 매출채권과 대출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점을 수상히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우 행장을 비롯한 우리은행 경영진은 현장실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대출연장없이 돈을 회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관세청 관계자는 “모뉴엘은 재무제표만 봐도 비정상적 재무구조를 보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10개 은행들은 뒤늦게 영업지점에 부실대출 방지대책을 지시하는 등 예방에 들어갔다. 무역보험공사 보증서를 보유한 기업도 재무건전성을 재확인하고 오픈 어카운트 방식을 사용하는 수출회사의 대출금액을 축소하거나 회수를 서두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모뉴엘 관련 대출에 대해 전반적 조사를 끝낸 상태”라며 “여러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부당대출 및 여신관리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