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북한과 미국 사이의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염려하며 북핵문제를 놓고 대화를 시작하려면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한국도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한 것을 놓고 “한미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며 “우리 정부와 충분한 협의없이 미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을 넘어서는 비행을 했다는 건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그는 “제일 큰 위기는 북미 간 우발적, 계획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한국을 무시하는 ‘코리아 패싱’이 걱정된다”며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재래식보다 핵전쟁으로 발전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미국은 군사행동을 할 때 목표를 설정한다”며 “정치적 목표는 북한 지도부 궤멸과 핵 자산을 없애는 것이고 군사적 목표는 적의 군사지휘부 궤멸”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군사행동으로는 이 목표를 이루기 상당히 어렵다”며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하게 (군사행동을) 한다고 하면 인류에 대한 죄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북핵문제의 능사는 아니다”라며 “한미일 세 국가는 최대한 압박을 가해 북한이 엄청난 고통을 느껴 손들고 나오게 하고 그게 안 되면 체제가 붕괴하도록 하는 구상인 것 같다”며 “하지만 북한은 엄청난 적응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의 대안으로 제기된 대화를 시작하려면 한국도 한 가지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특보는 “북한에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안 된다”며 “핵 동결을 ‘입구’에 놓고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에 놔야지 비핵화를 입구에 놓으면 북한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동결 대 동결’이 필요하다”며 “앞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발언해 일주일 넘게 얻어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위기 극복은 북미 대화, 남북대화를 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할 때 가능성이 열린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내년에 안보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관측에 “(개인적으로)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관계가 금년 말 전에 뚫릴 것”이라며 “개인적인 희망이자 학자적인 예측으로는 한중 정상회담이 연말 정도에 열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