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한동안 떠났던 올드보이(OB)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잇달아 돌아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 및 시중은행의 주요 요직에 금융권에서 발을 뗐던 인사들이 돌아오고 있다.
▲ (왼쪽부터)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 스튜어트 솔로몬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오정식 우리은행 상임감사. |
돌아온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지난해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6년 만에 금융권으로 돌아왔다.
오정식 전 KB캐피탈 대표는 3월 우리은행 상임감사로,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7월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오 감사와 주 이사는 각각 2년 만에 금융권으로 돌아왔다.
KB금융도 2월 2011년에 자리에서 물러났던 스튜어트 솔로몬 전 한국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등 ‘김승유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들도 5년여 만에 금융권으로 돌아왔다. 최 원장과 김 회장은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복귀했다.
기존에 사외이사와 감사에 정권과 줄을 대기 위해 정치권 인사 또는 정치권과 연줄이 있는 인사들을 앉혔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게이트’를 겪은 뒤 정치권의 낙하산인사를 일컫는 ‘정피아’를 향한 경계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새 정권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기존의 인사기조를 깨고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을 지냈던 인사를 영입해 변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4차산업혁명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과 기존 은행 중심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보험업과 카드업, 증권업 등을 다양하게 다뤄야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올드보이’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노하우을 갖추고 있는 데다 금융업의 경우 옛 경험과 인맥이 오래동안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한 좁은 금융인재풀의 한계가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힘을 보탰던 인물 가운데 영입할 만한 정통 금융인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틀을 잡은 인물들은 주로 학자와 정당,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한 인물들로 그 가운데 정통 ‘금융통’이라고 꼽힐 만한 인사가 많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회사들이 영입하고 싶어도 문재인 정부에 줄을 댈 수 있는 금융권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일자리 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뚜렷한 금융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지 않았다는 ‘금융홀대론’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금융권 올드보이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를 ‘관치금융’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한 계기로 만들기 위해 힘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