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유엔총회에서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발언과 관련해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표현은 과거 김계관 전 북한 외무성 부상과 강석주 전 부상도 인용한 바 있다.
특히 강석주 전 부상은 1993년 뉴욕에서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을 때 직접 영어로 이 구절을 인용해 NPT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리용호 외무상은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 세계를 위협하면 미국은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로켓맨이 그와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자성남 북한 유엔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전에 자리를 박차고 회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의 독설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이 계속 국제 공동체에 저항해 도발하고 있으며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다른 길을 가도록 필요한 모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태도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엔총회에 불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도이체벨레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동의할 수 없다”며 “어떤 형태든 군사적 해결은 부적절하며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군사 옵션은 수많은 희생자를 낼 수 있으니 긴장을 완화해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