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를 인수할 경우 LG전자가 받을 영향을 놓고 증권사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LG전자가 북미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에 걸림돌을 만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구글이 HTC를 인수한 뒤에도 LG전자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1일 “구글이 HTC를 인수해 하드웨어 개발역량을 확보하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생태계 확대를 노릴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북미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LG전자 등 스마트폰업체의 점유율 확대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등 신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안드로이드의 생태계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역량의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국언론은 최근 구글이 이런 효과를 노려 한때 스마트폰시장의 유망주로 꼽히던 HTC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논의가 마무리단계에 가깝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HTC를 인수해 자체개발한 스마트폰 출시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미국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HTC 인수효과는 국내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예의주시해야 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가 올해 구글의 ‘픽셀2XL’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HTC가 구글의 스마트폰 생산물량을 모두 담당할 경우 LG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HTC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에 직접 뛰어들어도 사실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스마트폰 등 IT기기 생산을 계속 LG전자에 의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HTC의 스마트폰 기술경쟁력이 이미 상대적으로 뒤처진데다 구글이 제조업체로 변신할 경우 기존 안드로이드 협력사를 경쟁자로 맞이해 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구글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스마트폰에서 LG전자와 협력관계를 지속하며 자율주행기술과 사물인터넷까지 협업분야를 더욱 확대해 시너지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전자가 이미 구글과 다방면으로 협력하고 있고 구글은 LG전자의 가전제품과 자동차 전장부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태계 확대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과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등 LG전자 계열사의 부품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전장부품사업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LG전자와 구글의 협력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글과 LG전자의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사업 방향성이 비슷한 만큼 다양한 시너지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