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면서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 이사회는 7일 기존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단독대표체제를 구한서·뤄젠룽 사장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는데 사실상 뤄젠룽 사장의 단독대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왼쪽부터)구한서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 사장과 뤄젠룽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 사장. |
구 사장은 2012년부터 단독대표로 동양생명을 5년째 이끌어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뤄젠룽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일하게 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각자대표가 아닌 공동대표인 만큼 동양생명의 중요사안을 놓고 두 대표가 함께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이 임기를 6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는 만큼 안방보험이 구 사장의 임기가 끝난 뒤 다른 공동대표를 선임하지 않고 동양생명에 뤄젠룽 사장의 단독대표체제를 갖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 사장은 공동대표체제 아래서 남은 임기 동안 뤄젠룽 사장에게 인수인계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한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국내 보험업계 파악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판단 아래 이런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2015년 9월 동양생명을 인수했을 당시 구 사장만 유임한 채 나머지 경영진들을 모두 교체했다. 안방보험이 중국과 다른 보험영업 환경에 적응하면서 한국에 맞는 보험상품이나 전략을 짜기 위해 대표이사까지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야오따평, 짱커, 푸창, 리훠이, 리수, 피터진 등 안방보험 측 인사들이 동양생명의 사외이사 및 사내이사,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뤄젠룽 사장이 대표이사까지 오르면서 이제 안방보험의 지배력이 완성됐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동양생명이 육류담보대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도 이번 인사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안방보험이 구 사장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문제삼으며 뤄젠룽 사장을 대표로 올리기 좋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을 넘긴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등이 지분 매각과정에서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한 위험성을 고의로 숨겼다고 주장하며 최근 6980억 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구 사장과 안방보험 사이에 경영스타일의 간극이 컸다는 말도 나돈다.
구 사장은 규모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을 강조해왔다.
동양사태 때 동양생명이 ‘동양’이라는 사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바람에 한 달에 해지환급 건수가 3만6255건에 이르렀을 때에도 구 사장은 “다소 느리고 힘들더라도 기본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그는 저금리 기조 상황에서는 특히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이는 안방보험의 경영스타일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려 동양생명의 몸집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이에 따라 부실해질 수 있는 재무건전성은 자본확충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데 이는 안방보험 특유의 영업전략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