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4차산업혁명
’이란 용어가
79번이나 나온다
.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처럼 국민을 헷갈리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2001년
7월 영국에서 창안된 용어인 창조경제
(creative economy)는
2010년
12월 유엔무역개발협의회
(UNCTAD)가 펴낸 보고서에서
“창의성, 문화, 경제, 기술 사이의 융합을 다루는 개념
”으로 정의된다
.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를 국정 제
1 과제로 제시하고 창조경제는
“과학기술, 문화, 산업의 융합
”이라고 설명했다
. 창조경제보다
‘융합
(convergence)경제
’라고 명명했으면 많은 국민이 덜 헷갈렸을는지도 모르겠다
.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서구에서 통용되는 개념과 다르게 사용돼 우리 사회가
4년 간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른 대가는 엄청났다
. 오죽하면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알려진 여당 중진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아직도 국민 절반 이상이
‘모르겠다
’고 한다
”며 정부를 공격했겠는가
.
그런데
4차산업혁명 역시 창조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2015년
12월 외교전문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4차산업혁명 개념을 처음 제안한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 포럼 회장은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
이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개념이다
.
일부 전문가들이
4차산업혁명을
‘창조경제
2.0’이라고 우겨댈 만도 하다
.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전도사들이 죄다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홍보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는 창조경제가 화려하게 부활한다고 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만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을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
2016년 다보스포럼의 화두였던
4차산업혁명은
2017년
1월 포럼에서 발표된
‘2017년 세계 리스크 보고서
(The Global Risks Report)’에도 핵심 주제로 다루어졌다
.
이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의 신흥기술
(emerging technology)로 ①
3차원 인쇄 ② 첨단소재와 나노물질 ③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④ 생명공학기술 ⑤ 에너지 포집, 저장, 전송 ⑥ 블록체인과 분산장부 ⑦ 지구공학 ⑧ 만물인터넷 ⑨ 신경공학 ⑩ 새로운 컴퓨터 기술 ⑪ 우주기술 ⑫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열두 가지를 제시했다
. 12대 기술 중 지구공학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분야임은 물론이다
.
이 보고서는 신흥기술
12개 중에서 사회 전반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기술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 지능을 가진 기계가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자원활용, 인구폭발, 헬스케어
(건강관리
) 같은
21세기의 세계적 난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의 노동을 자동화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
”이다
.
2016년 다보스포럼이 펴낸
‘일자리의 미래
(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도
4차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5년간
514만 개
, 해마다 평균
103만 개 일자리가 줄어든다
”고 전망했다
.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추진정책이 서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문재인 정부는 인공지능을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여기고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 그러나
2016년 미국에서
9월 ?
10월 ?
12월에 각각 발표된 인공지능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
9월에 스탠퍼드대학이 펴낸
‘2030년 인공지능과 생활
(Artificial Intelligence and Life in 2030)’은
2030년까지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분석하고 있는데
,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
미국 백악관이
10월에 펴낸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준비
(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는
58쪽
, 12월에 발간한
‘인공지능
, 자동화
, 경제
(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는
55쪽의 짧지 않은 보고서이지만
한국에서 인공지능에 의해 비롯되는 불가피한 사회 변화처럼 여기는
‘4차산업혁명
’이란 단어가 다보스 포럼을 언급한 두 번째 보고서
7쪽에 딱 한 번 나올 따름이다
.
세계 첨단기술의 요람에서 통용되지 않는 용어가
2016년 벽두부터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의 점령군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한국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해서 마치 미래의 만병통치약처럼 대통령?교수?전문가의 입
, 텔레비전 화면과 유력언론의 경제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은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불린다. 조선일보, 중앙선데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겨레 등 신문에 550편 이상의 고정칼럼, 월간조선, 과학동아, 나라경제 등 잡지에 170편 이상의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저서로 는 '4차산업혁명은 없다',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 등 49종이 있다. 청색기술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