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원 흥국화재 사장이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에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화재는 손해보험사 가운데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가장 높은데다 실손보험 손해율도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지난해 실손보험료를 44.8% 인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1.1% 인상해 손해보험사 가운데 2년 동안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금융당국이 2015년 10월 보험료 자율화를 추진한 뒤 대부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올렸는데 흥국화재의 인상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업계 평균 인상률을 살펴보면 2016년 19.3%, 2017년 19.5%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손보험체계를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는 점도 권 사장 입장에서 부담이다.
정부는 기존에 민간보험사들이 보장했던 비급여영역까지 보장하기로 하면서 추가적 재원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료율을 2.04% 올렸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사들이 역할이 줄어든 만큼 실손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영업행태를 감리한 뒤 24곳 보험사 가운데 21곳의 실손보험료 산출과정을 문제삼으며 보험료 인하를 권고했다.
흥국화재가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손해율이 업계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권 사장이 보험료 인하에 호응하기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올해 4월까지 실손보험 손해율이 144.9%로 집계됐다. 연이은 인상에도 지난해(141.5%)보다 손해율이 오히려 3.5%포인트 올랐다. 상반기 실손보험이 포함된 장기보험부문의 보험영업손실도 7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 많아 보험사가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흥국화재는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과 함께 실손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회사로 꼽히는데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경우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흥국화재는 상반기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실손보험이 포함된 장기보험 비중이 88.59%를 차지한다. 자동차보험이 5.68%, 특종보험이 4%를 차지하며 뒤를 따르는 만큼 나머지 부문들과 격차가 크다.
권 사장은 흥국화재의 경영정상화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손보험의 업황악화를 메울 다른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흥국화재는 9월30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줄지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데 따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동참했다.
흥국화재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적자를 봤다가 지난해 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흥국화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771억4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 156억1200만 원을 냈는데 지난해 말 영업이익 315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